[올댓트립] 홍콩에서 한 달 살기…가성비 갑 '삼수이포' 주목

입력 2018-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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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제집처럼 오가며 센트럴의 골목 이름까지 외워버린 여행자라 해도 삼수이포의 풍경은 낯설다. 지하철인 MTR을 타고 주룽(구륭)반도 깊숙한 북서쪽으로 향하면 도심의 화려한 빛은 사라지고,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잿빛 건물 아래로 보통 사람들의 생활이 펼쳐진다.

▲삼수이포 풍경.(이하 홍콩관광청)

삼수이포는 홍콩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구시가시 중 한 곳. 관광객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은 지역이다. 1950년대에는 홍콩으로 망명 온 중국 난민들을 수용하던 판자촌이었고, 홍콩 최초의 공공 임대 주택이 설립된 이후에는 서민들의 주거단지이자 공업 단지로 역사를 이어왔다. 1980년대까지 이곳엔 공장들과 공공기관들만이 줄지어 있었다.

현재 삼수이포는 홍콩 예술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문화 허브이자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옛 공장 지대에 들어선 아티스트 레지던시와 저렴한 가격의 맛집과 디저트, 홍콩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골목 풍경으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문 닫은 상점들의 셔터 위로 젊은 작가들이 그린 벽화도 일품이다. 인생 사진 '스팟'이 따로 없다.

▲2017 JCCAC 전시.

◇ 난민 판자촌의 변신, 아티스트 레지던시 'JCCAC' = 명품 매장이나 세련된 부티크 하나 없는 삼수이포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젊은 예술가들 덕분이었다. 버려진 공장을 개보수해 아티스트 레지던시로 탈바꿈시킨 JCCAC가 시작이었다. 젊은 디자이너와 예술학도들이 삼수이포를 찾기 시작했고, 낡은 거리에는 새로운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곳에 흘러든 아티스트들은 삼수이포로부터 혜택을 받았다. 왕가위 감독이 '일대종사'의 전통 의상 디자이너를 발견한 곳이 바로 여기였다. '영웅본색'의 감독 오우삼은 자신이 태어난 삼수이포의 풍경들로부터 한없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홍콩 디자인을 세계에 알린 브랜드 G.O.D.의 스튜디오 또한 이곳에 있다.

삼수이포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고 있는 아티스트들과 스쳐 지나고 싶다면, 자키클럽 크리에이티브 아트센터(Jockey Club Creative Arts Center·JCCAC)를 거닐어보자. JCCAC는 폐공장에서 홍콩 예술가들의 군락으로 재탄생한 곳으로 청록색 외관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JCCAC가 자리한 곳은 1950년대 사회주의를 떠나 중국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난민들을 수용했던 판자촌이었다. 1953년 심한 화재로 53만 가구의 판자촌이 소실되면서 이듬해 홍콩 최초의 공공임대주택이 설립된 곳이었고, 1970년대까지 섬유산업이 중심이었던 공업단지였다.

1977년 지어진 건물은 과거 인쇄소와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이 모여 있던 공장으로, 4년 동안 개보수를 거쳐 2008년 홍콩 정부에 의해 지금의 JCCAC로 변모했다.

자키클럽은 우리나라의 마사회 같은 곳으로 홍콩이 영국령이었던 1876년부터 자선기금 조성을 위해 경마를 시작했다. 현재는 경마, 복권, 스포츠 토토 등 3가지 사업권을 가지고 운영한다. 수익의 77%를 사회복지기금과 자선기금으로 투명하게 사용하고 있다.

JCCAC도 자키클럽이 공업단지 빌딩을 인수해 저렴한 임대료로 예술인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층별 엘리베이터 앞 복도를 중심으로 예술가들의 기지와 유머가 넘치는 설치작품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구법원건물에서 디자인 스쿨로 재탄생한 SCAD 내부.

◇ 도시의 변신! 세계가 인정한 예술학교 'SCAD' = 미국과 프랑스 등 세계 곳곳에 캠퍼스를 둔 디자인 학교 SCAD(Savanah Colleage of Art & Design)가 삼수이포에 상륙했다. 세계적인 디자인 학교는 웅장한 네오 클래시컬 형식의 옛 법원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북구룡 법원 건물의 역사를 무심코 지우지 않기 위해, SCAD의 레너베이션은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법정과 감방 등 특별한 공간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문과 창문, 벽 또한 원형 그대로 남겼다.

2011년 SCAD는 세심한 보수 과정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문화 유산 보전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웹사이트에서 방문 사흘 전까지 캠퍼스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에 2회, 매월 세 번째 토요일에 견학할 수 있다. 예술과 디자인 서적을 방대하게 갖춘 도서관 또한 전화로 사전 신청하면 둘러볼 수 있다.

▲팀호완의 차슈바오.

◇ 미슐랭 원스타를 이 가격에 먹는다고? = 팀호완의 이름은 이미 전설이 됐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14석 규모의 작은 가게에 불과했지만, 1년 후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하나를 얻었다. 현재 하와이와 뉴욕에도 매장이 있다.

팀호완의 오너 셰프는 포시즌스 호텔의 광둥식 레스토랑 '렁킹힌'(Lung King Heen)에서 솜씨를 쌓은 후 이곳을 만들었다. 현재 팀호완을 대표하는 본점이 삼수이포에 있다. 마흔 개가 넘는 지점 중 오너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가게다.

25종의 딤섬 메뉴는 모두 저렴하고 맛있다. 새우 딤섬 하가우, 연잎 밥, 돼지고기로 속을 채운 차슈바오가 가장 인기 높은데, 특히 차슈바오는 반드시 맛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조리법과 달리 팀호완에서는 바삭바삭하고 빵 안에 차슈를 넣었다. 빵의 식감과 달콤한 맛, 차슈의 짠맛이 입 안에서 환상적으로 섞인다.

▲컹 와 빈커드 팩토리의 두부 푸딩.

◇ 어린 시절 추억을 혀끝으로 느끼다 = 홍콩에서 두부 푸딩은 '컴포트 푸드'다. 슬프거나 아플 때 찾게 되고, 편안함과 행복감을 준다는 면에서 힐링푸드와 비슷한 개념이다. 가난했던 1960년대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치즈케이크나 아이스크림 대신 시럽을 뿌린 두부로 일상의 위안을 얻었다.

최근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그리운 맛이 홍콩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삼수이포의 '컹 와 빈커드 팩토리'는 4대째 운영하는 두부 푸딩 가게다. 60년 전 창업자가 만든 레시피 그대로, 지금도 맷돌로 콩을 갈아 정성스럽게 두부를 만든다.

두부 푸딩의 가격은 10홍콩달러, 한화로 약 1500원에 불과하다. 입 안에서 홀랑홀랑 녹아내리는 두부의 식감과 감미로운 생강 시럽은 그야말로 최고의 가성비를 선사한다.

▲룩 람 디저트의 망고 푸딩.

◇ 한국 가격의 절반! 망고 디저트의 천국으로 = 열대과일 마니아라면 환호를 내지를 디저트 가게. 30년 전 오픈한 가게의 분위기는 낡고 평범하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는 홍콩식 망고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망고 주스와 포멜로를 끼얹은 망고 푸딩을 한 입 베어 물면 새콤달콤한 풍미가 입 안 가득 흘러넘친다. 디저트의 가격은 20 홍콩달러(약 2900원) 안팎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달콤하게 졸인 팥과 타로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두부 푸딩도 인기가 높다. 홍콩 허류산 망고디저트는 이미 한국시장에도 상륙했으나 현지에서는 절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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