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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대책 두 달]서울 '숨 고르기'ㆍ수도권 '반사이익'…거래는 급감
입력 2018-11-12 06:00

9.13대책이 나온 지 두 달이 됐다. 부동산을 둘러싼 정부와 시장의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다. 세금 부담, 대출 규제 카드가 과열된 시장에 냉기를 불어넣었다. 아파트 매매가가 하룻밤 사이에 수천만 원을 오가는 신기루도 사라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 둔화…“침체국면 초기 진입 상태”

서울은 대책 발표 후 큰 변화를 보였다.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줄 정도였던 널뛰기 장세는 사라지고 잠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변화가 가장 빨리 감지된 건 거래건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 계약이 체결된 아파트 매매는 48건이다. 강남4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 거래 겨우 6건에 불과했다. 광진·성동·중랑구는 계약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월 같은 기간에 713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 역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에서 벗어났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전국 주간(5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은 전주 0.02% 상승에서 0.00%로 보합세를 보였다. 2017년 9월 둘 째주에 상승 전환된 이후 60주 만에 보합으로 바뀐 것이다.

아파트 매매가 중위가격 오름폭도 9월이 지나면서 좁아졌다. 감정원이 집계한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을 보면 지난달에 6억8858만1000원으로 전월대비 0.50%에 올랐다. 앞서 9월 가격(6억8517만1000원)이 8월(6억7208만2000원)보다 1.9%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그 폭이 4분의 1 수준으로 좁아진 셈이다.

거래와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면서 매수심리도 둔화됐다. 투자자, 실수요자 모두 관망세로 태세를 바꾼 것이다.

지난달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86으로 9월(164)보다 48%가량 떨어졌다. 하락폭은 올해 들어 가장 크다. 기존 최고 하락폭은 지난 4월의 24%였다. 당시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매수심리가 주춤해 지수가 3월 103.9에서 4월 79로 고꾸라졌다.

부동산 시장 둔화는 각종 지표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체감되고 있다.

서초구에 위치한 H공인중개사무소는 “대책이 나오고 나서는 매물이 뜸해진 게 사실”이라며 “매물을 내놓은 분들의 변화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매수 문의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송파구에 위치한 C공인중개사사무소 A대표는 “부동산 시장에서 침체 국면에 진입하는 초기 증상이 보인다”며 “매수 문의는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탐색하는 수준이고, 매도자는 거래가 적기에 안될 수 있다는 생각에 초조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규제가 실수요자 본인한테 ‘돈맥경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시스템이라고 속상해 하고 있다. 가교 역할을 하는 금융을 막았기 때문이다”라며 “전세자금대출도 막아서 숨통을 조여 젊은층의 실수요자들도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섭섭함이 있다는 얘기를 한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수, 매도 관망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책 발표로)시장의 기선은 잡았다고 볼 수 있고, 내년 1월에 학군(겨울방학) 이사철이 시작되는데 그때까지는 매물이 적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책 이후 오른 경기권…서울 약세장 반사이익 볼까

9.13 대책 이후 경기는 규제지역이 대체로 안정화되는 흐름이며, 그간 오르지 않던 비규제지역과 개발 호재 있는 곳 중심으로 투자가 쏠리고 있다.

경기도는 성남 분당, 과천, 하남, 광명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있고, 조정대상지역에 과천, 성남, 하남, 고양, 광명, 남양주, 동탄2신도시, 구리, 안양 동안, 광교신도시 등 10곳이 속해있다.

서울 강남 부럽지 않게 오르던 성남 분당, 과천, 하남, 광명은 9.13 대책 이후 부동산 열기가 식어가는 분위기다.

성남 분당은 9·13대책 발표 이후 8주간(9월 10일~11월 5일) 아파트값이 0.71% 오르는 데 그쳤다. 대책 발표 전 8주간 2.53% 오른 것에 비하면 둔화하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과천도 4.68%이던 상승률이 1.34%로 축소되며 서울 강남서 시작된 부동산 한파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남과 광명은 8월 27일 나란히 조정대상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규제 수위가 높아지며 아파트값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8월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광명은 6.26% 상승률이 1.66%로 축소됐다. 하남 또한 2.54%에서 0.83%로 상승 폭 둔화했다.

다만 경기 전체로 시선을 돌리면 아파트값 상승률은 소폭 상승했다. 대책 전 8주간 0.4% 상승한 경기도 아파트값이 대책이 나온 뒤 0.69% 오른 것이다.

이는 서울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며 갈 길 잃은 투자 수요가 경기권 비규제지역에 몰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천과 용인, 김포가 이러한 반사이익을 누리는 가장 대표적인 지역들로 오히려 9.13 대책이 나온 뒤로 상승세가 붙은 지역들이다. 특히 부천은 0.5% 상승률이 2.17%로 높아졌고, 김포는 0.6% 하락하다가 0.9% 상승 전환했다. 용인은 강남에 인접한 갭투자 지역으로 관심이 쏠리며 상승률이 1.67%에서 2.32%로 늘었다.

고양시 덕양구는 조정대상지역임에도 저평가 인식과 함께 능곡 재개발 및 대곡역세권 개발 호재가 주목받으며 올랐다. 조정대상지역에 묶인 구리 역시 지하철 7호선 연장 호재에 따라 상승세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연합뉴스)
9.13 대책이 서울 집값 잡기에 특화됐기 때문에 시중 유동자금이 경기로 쏠리며 당분간 강세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9.13 대책이 서울의 공시가액 6억 원 초과, 전용 85㎡ 이하 아파트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없도록 했기 때문에 2019년 투자수요는 빠르게 소멸할 것이다”며 “반대로 공시 6억 원 미만인 전용 85㎡ 이하 주택에 대한 풍선 효과로 이들 주택이 위치한 경기도권과 지방 광역시는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아파트값 상승이 중장기 이어지는 흐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 약세에 따른 경기권 풍선효과를 계속해서 기대하긴 어렵다”며 “거시 경제가 암울한 상황인 데다가 수도권 외곽지역 공급 물량 증가까지 겹쳐있기 때문에 수도권 전반에서 약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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