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복합쇼핑몰 규제' 과연 묘수일까

입력 2018-11-0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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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현 유통바이오부 기자

한국은행은 최근 올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하며 저성장이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흔히 투자 확대와 소비 촉진이 거론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내 통과를 앞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다소 의아한 면이 있다. 이 법안은 의무휴업을 복합쇼핑몰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취지는 소상공인 보호와 전통시장 활성화다.

하지만 특정일에 강제로 복합쇼핑몰 문을 닫게 한다고 해서 골목상권과 자영업자가 보호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해 전체 소비까지 끌어내릴 위험마저 내포하고 있다.

앞서 시행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지정 사례에서 전통시장 상인이 얻는 혜택은 미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숙명여대가 신용카드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듬해인 2013년 29.9%였던 대형마트의 매출 신장률은 2016년 -6.4%로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통시장 소비증가율도 18.1%에서 -3.3%로 떨어졌다. 대형마트도, 전통시장도 모두 뒷걸음질쳤다.

마트 주변 상권 분석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의무휴업 실시 5년 후 대형마트 주변 3km 이내 점포 수는 11%, 주변 점포 매출액은 20%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착시현상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이 아닌 또 다른 유통 공룡인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이동해 소상공인들은 속앓이를 해야 했다.

복합쇼핑몰 내 점포의 70~80%가 자영업자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전체 매출의 약 20%를 일요일에 올린다. 주말 영업을 포기시키는 것 자체가 소상공인에 대한 역차별이다.

상생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대형마트·복합쇼핑몰과 전통시장·소상공인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사고는 틀렸다. 규제라는 손쉬운 방법이 유통업계 전체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는 악수(惡手)가 되지 않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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