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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함께하는 시간] ‘나무의사’는 사람도 돌봅니다
입력 2018-11-06 06:00
전정일 신구대 원예디자인과 교수·신구대 식물원 원장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당연하게 의사의 검진을 받고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거나 필요한 치료를 받습니다. 또한 가축과 같이 전문적으로 키우는 동물들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 함께하는 반려동물들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전문적인 의사의 진료를 받습니다.

그렇다면 사람, 가축, 반려동물 등과 똑같은 생명체인 나무는 어떨까요? 나무를 포함한 식물의 경우에는 안타깝게도 얼마 전까지는 이러한 전문적인 체계가 확고하게 정착되지 못했었습니다. 식물보호(산업)기사, 수목보호기술자 등의 관련 자격증이 있지만, 사실상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도 나무에 생기는 병충해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나무병원’ 제도가 있지만, 설립 및 등록 요건이 매우 간단해서 수목보호기술자 또는 식물보호산업기사 이상의 자격증 소지자 1인 이상만 있으면 가능했습니다. 그러니까 초급 자격자 1명과 그 외 여러 명의 무자격자가 함께 나무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을 해도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많았던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관련 업계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나무의사 자격시험 도입을 골자로 2016년 12월 산림보호법이 개정된 데 이어, 1년 6개월여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6월 28일에 시행령이 개정 공포되어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의거하여 8월 8일에는 ‘나무의사 및 수목치료기술자 양성기관’을 지정하고 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전국에서 10개 기관이 지정되었고, 수도권에서는 필자가 일하는 ‘신구대학교 식물원’을 비롯하여 3곳이 양성기관으로 지정되어 열심히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무의사’가 어느 정도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게 될지는 ‘양성교육 입학 자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입학자격의 일부만 살펴보면, ‘수목진료 관련 학과의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수목진료 관련 직무분야에서 1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격을 가진 사람이 양성기관에서 150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하여야만 ‘나무의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시험에 통과해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나무의사 제도를 시행하는 산림청은 앞으로 5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기존의 나무병원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모두 나무의사 자격을 취득하여야만 나무를 진단, 처방 및 치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표하였습니다.

나무의사 제도의 도입과 정착은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에도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나무의사들이 돌볼 나무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나무들입니다. 공원, 학교, 아파트 단지 등에 심어진 나무들은 이제 아무나 함부로 약제를 살포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5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나무의사’들과, 이들의 처방에 따라 나무를 치료하는 ‘수목치료기술자’들이 나무를 돌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불필요하고 과도한 약제 살포 등 사람과 환경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주는 일이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또,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 활동이 더욱 전문화되어 환경도 더욱 좋아질 것입니다.

나무의사 제도가 막 도입된 지금 이를 새로운 규제로 생각하거나 불편을 호소하고 불필요한 제도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생업을 방해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면이 있는 것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 번만 더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나무도 사람과 동등한 생명체이니 전문적인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 아닐까요? 지금의 불편을 조금만 참고 기다리시면 나무와 사람 모두에게 더 건강하고 쾌적하며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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