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트립] 주윤발이 사랑한 그곳…발끝에 닿는 스크린 속 홍콩

입력 2018-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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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이 '심쿵'할 홍콩 여행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1980~90년대를 풍미했던 홍콩 영화에 대한 추억을 한두 개 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바람에 펄럭이는 '바바리 코트'를 입고 주윤발처럼 입에 성냥개비를 문 채 폼을 잡은 기억, 장국영, 유덕화, 왕조현, 임청하 등 유명 홍콩 스타들의 사진이 코팅된 책받침을 가지고 다닌 기억들.

홍콩은 그 자체가 영화 촬영지다. 홍콩 중심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익숙한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그 때 그 추억을 간직한 채 영화 속 홍콩을 찾아가 보자. 생전의 장국영이 좋아하던 광둥식 레스토랑부터 주윤발이 단골이라는 서민 식당까지 스타들의 흔적을 좇으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른다.

▲홍콩 거리.(사진제공=홍콩관광청)

◇ 추억과 소울의 홍콩, 옛 향수를 찾아서 = 여전히 홍콩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식도락가로도 유명한 주윤발의 자취를 좇아 도시의 숨겨진 맛집을 탐방해 보자. 주윤발이 즐겨 찾는 식당들은 구룡 반도 카우룽 시티(Kowloon City)에 모여 있다. 카우룽 시티는 1998년까지 구 홍콩 국제 공항이 있던 곳이었다. 도심 한가운데 공항이 있다보니 신선한 식재료와 맛있고 저렴한 식당들이 곧잘 발견되곤 한다.

주윤발의 단골집 중 하나인 '팀 초이 키'도 그 중 하나다. 1948년 처음 문을 연 후 3대를 거쳐 운영되고 있다. 완탕, 콘지, 장펀, 포크찹 등 홍콩 서민 음식을 대표하는 메뉴들이 다채롭게 마련됐다.

▲팀 초이 키 대표 메뉴인 뎅짜이 콘지.(사진제공=홍콩관광청)

주윤발이 즐겨 먹는 요리는 '뎅짜이 콘지'와 '야오티우 장펀'. 뎅짜이 콘지는 '어부들의 죽'이라는 별명이 붙은 요리인데, 돼지 껍데기와 오징어, 쇠고기, 땅콩 등을 넣어 끓인다. 팀 초이 키의 콘지는 다른 식당들과 달리 새벽 3시부터 6시 반까지 푹 끓여내기 때문에 식감이 부드럽고 풍미가 진하다.

야오티우 장펀은 튀김 과자를 쌀 전병으로 돌돌 만 후 간장을 뿌려 먹는 일종의 딤섬이다. 과자의 바삭바삭한 식감과 전병의 부드러운 감촉이 근사하게 어울린다.

홍콩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흔하고 저렴한 메뉴들이지만, 절대 인스턴트를 쓰지 않고 옛 조리법을 고집스럽게 고수한 덕분에 주윤발을 비롯한 홍콩 식도락가들이 먼곳에서도 찾아오는 식당이 됐다.

▲서원펑의 특별 보양식 뱀탕.(사진제공=홍콩관광청)

◇ 오직 홍콩에서만…120년 역사의 홍콩 보양식 '뱀탕' =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주변, 소호 한복판에 위치한 식당 서웡펀은 12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895년 중국에서 처음 문을 연 후 1940년대 홍콩 센트럴로 옮겨왔다.

서웡펀의 대표 요리는 바로 뱀탕이다. 뱀탕은 중국 남부 지역에서 인기 높은 전통 보양식이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겨울의 으슬으슬한 추위를 버티기 위해 뱀탕을 먹었던 것이다.

뱀뼈와 닭뼈, 돼지뼈를 24시간 동안 고은 수프에 신선한 뱀 고기와 진피, 생강을 넣어 끓여낸다. 뱀 고기는 중국 절강성의 양식장에서 철저한 위생 관리를 통해 들여오니 안심해도 된다.

모험적인 보양식에 큰 흥미가 없더라도 서웡펀은 한 번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식당이다. 9년째 미슐랭 빕 구르망 맛집으로 선정될 정도로 요리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 파인애플 소스의 탕수육, 오리 덮밥, 진피와 향초로 끓여낸 녹두 죽 등 맛있는 홍콩 전통 메뉴들을 다채롭게 갖췄다.

▲푹람문 전경.(사진제공=홍콩관광청)

◇ '장국영 픽(Pick)'…홍콩 셀럽들이 모이는 최고의 광둥식 식당은? = "그곳 음식을 좋아해요. 가격이 비싸서 매일 가지는 못하지만요." 장국영이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고백한 식당이 바로 푹람문의 완차이 본점이다.

홍콩 사람들은 푹람문을 두고 '부자들의 카페테리아'라고 부른다. 1972년 오픈한 이래 고위 정치인과 홍콩의 재벌들, 최고의 연예인들은 이곳을 즐겨 찾는다.

롤스로이스부터 마세라티까지 고가의 자동차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셀레트리티의 근황을 담으려는 파파라치도 종종 출몰할 정도지만, 가격이 높을까봐 지나치게 겁 먹을 필요는 없다. 맛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메뉴를 제법 찾아볼 수 있고, 점심의 딤섬 런치 메뉴도 여행자가 감당할 만한 가격이다.

▲푹람문의 딤섬요리.(사진제공=홍콩관광청)

푹람문은 광둥 가정식의 전통을 고수한다. 새콤하게 버무린 목이 버섯, 입 안에서 살살 녹은 '푹람문스 페이머스 크리스피 치킨', 달콤한 차슈 바비큐 등의 섬세한 풍미는 잊기 힘들 정도다. 화려한 재료들 사이 얼핏 소박해보이는 새우 돼지고기 볶음밥도 반드시 주문하자. 고슬고슬한 식감과 입 안 가득 번지는 고소한 풍미가 그저 너무 맛있다.

◇ 란 콰이 퐁에 '캘리포니아'가 많은 이유 = 홍콩의 압구정동이라 불리는 란 콰이 퐁에는 '중경상림'의 왕정문이 일하던 샌드위치 가게 '미드나잇 익스프레스'가 있다.

양조위가 왕정문을 기다리던 '바 캘리포니아' 영향을 받은 것일까. 란 콰이 퐁에는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을 가진 가게들이 많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자리 건너편에 있다.

▲양조위에게 왕정문이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는 모습.(사진=영화 '중경상림')

'중경상림'의 왕정문은 800m에 달하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면서 양조위의 방을 훔쳐 봤다. 이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다 사람들이 몰려 사진 찍는 곳을 발견한다면, 아마 그곳일 것.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이동 수단이면서 동시에 홍콩의 명물이다. 세계 최장 에스컬레이터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센트럴 마켓에서 시작되는 이 높은 에스컬레이터에선 창문을 열어놓고 빨래를 말리는 여인부터 과일을 파는 할머니까지 다 볼 수 있다. '아, 홍콩이구나'라고 읖조릴 만큼 홍콩스럽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사진제공=홍콩관광청)

◇ '화양연화' 세트 주세요…양조위·장만옥에 빙의되기 =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와 '2046'의 촬영지였던 '골드핀치 레스토랑'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영업 중이다. '화양연화' 미술팀이 제작한 인테리어를 그대로 유지해 올드 홍콩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벽에는 '화양연화' 스틸컷이 붙어 있다.

양조위와 장만옥이 마주 앉아 찻잔을 기울였던 자리를 찾아 그대로 재현해보자. 양조위와 장만옥은 첫 데이트 장소였던 이곳에서 등심 스테이크가 포함된 2인 세트를 먹었다. '화양연화' 세트를 주문하면 빵과 치킨수프, 달팽이 요리와 샐러드, 스테이크가 차례로 나온다. 아이스크림과 커피까지 제공된다.

골드핀치 레스토랑은 MTR 코즈웨이베이역 F1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걸으면 찾을 수 있다. '리 가든 원 아울렛' 뒷골목인 란퐁로드에 있다. 유명한 장소인 만큼 늘 관광객이 붐빈다.

▲골든핀치 레스토랑 메뉴판.(사진=오픈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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