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산업기반이 흔들린다

입력 2018-10-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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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한국 경제의 보루인 수출산업이 불안하다. 9월 수출 실적은 50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다. 정부는 추석 연휴로 인해 조업일수가 4일 줄었기 때문이라며, 올해 총수출은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수출품목별 상황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한국경제의 13개 주요 수출품목 중 10개 품목이 감소했다. 특히 주요 산업인 조선, 철강, 자동차, 가전 등의 수출 감소율은 각각 -55.5%, -43.7%, -22.4%, -35.8%에 달한다.

다만 반도체가 28.3%의 증가율을 기록해 전체 수출의 급격한 하락을 막았다. 반도체가 한국경제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5%로 역대 최고치다. 2015년 9월 13.48%에 비해 2배에 가깝다

향후 반도체 경기가 악화할 경우 경제 전반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현재 세계 반도체 경기가 최고조에 달해 곧 하강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과,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세계 반도체 경기는 확장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반도체 가격이 하락 추세라는 것이다. 8기가 바이트 D램 메모리 현물 거래 가격의 경우 지난해 10월 개당 9.7달러까자 올랐으나 최근 개당 7.3달러로 1년 사이 25%나 하락했다. 반도체의 경기 위축이 현실화해 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중국이 반도체 수요의 70%를 자체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내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최악의 경우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 경제를 안고 쓰러지는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산업 기반이 와해하는 위험에 처했다. 해운산업과 조선산업은 이미 기존의 경쟁 기반이 무너진 상태다. 여기에 철강, 자동차 등 다른 주력 산업들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 중 13.7%에 달하는 3112곳이 한계기업이다. 한계기업은 3년 이상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부실기업이다. 경제를 이끌고 있는 수출산업이 경쟁력을 잃자 대기업을 필두로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쓰러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산업발전의 미래를 결정하는 설비투자가 감소세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8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4%를 기록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다. 특히 최근의 설비투자 감소세는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마무리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향후 반도체가 성장을 멈출 경우 한국 산업은 붕괴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다. 미국과 중국은 7월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양국 수출의존도가 40%에 가까운 한국 경제가 진퇴양난이다. 한편 미국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1.75~2.0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올렸다. 12월에 또다시 같은 폭의 금리인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경우 아르헨티나와 터키에서 시작한 신흥국 금융위기가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에까지 번져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가는 이미 연중 최저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외환시장의 불안이 수출을 위협해 산업부실화를 재촉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방향감각을 잃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문제다.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논란을 벌일 때가 아니다. 부실산업의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해 산업 붕괴 위기를 돌파할 때다. 특히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해 산업발전의 새로운 기반을 구축하고 수출 영토를 넓히는 일이 시급하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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