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골든 인도’ 가다②]이대훈 행장 “현지 맞춤형, 인도식 ‘농협금융’ 도입”

입력 2018-10-08 08:51수정 2018-10-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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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원뱅크 등 디지털 금융 도입...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

[편집자주]‘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 인도만큼 자신에게 꼭 맞는 표어를 삼은 곳도 드물다. ‘믿기 어려운 놀라움’은 인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국민 상당수가 우리 돈으로 한 달 3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살아가지만 매년 7~8% 고속 성장을 한다. 인구 13억5400만 명으로, 2025년 중산층 인구만 전체의 40%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속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국내 기업으로선 인도는 또 믿기 어려울 만큼 사업하기 어려운 곳이다. ‘노 프라블럼(No Problem)’을 외치며 느긋하게 협상에 나서는 인도인들에게 말리기 일쑤다. 그런 인도가 문재인 대통령이 신(新)남방정책 핵심으로 꼽으면서 다시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국내 은행들도 앞다퉈 인도로 가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지원하고, 현지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투데이가 인도로 가 금융시장 현황을 알아보고 국내 은행의 생존 전략을 들어봤다.

▲지난달 14일 인도 구르가온의 한 호텔에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을 만나 인도 진출 계획을 들었다. 그는 “인도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싶다”며 “이를 위해 농협금융을 기반으로 한 고도의 현지화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인도(뉴델리·첸나이·구르가온)=이새하 기자 shys0536@·김보름 기자 fullmoon@

약속 5분 전,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였다. 만나기로 한 인도 재무부 차관이 아프다고 했다. 대신 은행 지점 인가를 담당하는 국장을 만나기로 약속을 다시 잡았다.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에 당황했으나 웃으며 넘겼다. 이곳은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라는 것을 이대훈 NH농협은행장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 식으로 왜 안 만나 주냐고 떼를 쓸 순 없다. 글로벌 회사 입장에선 모든 나라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글로벌화에 따른 리스크다. 항상 예상 못 할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가 짜온 판대로 착착 진행될 거라는 예상은 처음부터 자만이다.”

지난달 14일 인도 구르가온의 한 호텔에서 만난 이 행장은 웃으며 이날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이 행장은 같은 달 12일부터 이날까지 지점 개설 현황을 점검하려 인도로 왔다. 첫 인도 출장이었다. 농협은행은 2016년 5월 본격적으로 인도에 진출해 뉴델리에 사무소를 세웠다. 지난해 5월 노이다 지점 설립을 신청하고 현재 인도 재무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행장에게서 ‘농협 금융’ 모델을 인도에 어떻게 접목할지 계획을 들었다.

△인도에 온 이유가 궁금하다

“인도에 처음 왔다. 델리 사무소를 2년 전 시작했고 지난해 노이다 지점 전환 인가 신청을 했다. 인도는 역사가 6000년이 넘고 자존심이 엄청나게 세다. 우리는 인가를 왜 빨리 안 내주냐고 하는데, 인도인들은 소요 기간이 있는 거다. 우리 바람은 올 12월쯤 인가 신청을 받는 것이다. 내년 1~2월 다시 오려고 한다.”

△국내 은행 최초로 노이다를 첫 지점으로 선택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구르가온은 일찌감치 개발돼 우리보다 먼저 인도에 진출한 은행들이 이곳에 있다. 이미 ‘풀(Full)’ 상태라고 판단했다. 대신 문재인 대통령이 7월 다녀간 노이다를 가봤다. 강남이 개발되기 전처럼 허허벌판에 고층 아파트가 여기저기서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 막 시작 단계다. 구르가온에서 (다른 은행과) 같이 뛰어드는 것보다 노이다가 ‘약속된 땅’ 같은 느낌이 들었다(웃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다른 은행보다 인도 진출이 늦었다. 농협은행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는가

“단순히 삼성전자와 협력사 등 우리 기업들만 보고 온 것은 아니다. 농협 가치에 걸맞은 농협다운 역할을 하고 싶다. 그중 하나가 ‘농협금융’이다. 처음에는 리스크 최소화 차원에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겠지만 2~3년 뒤는 다르다. 인도 현지에서 농협은행의 브랜드를 알리면 현지 농업 관련 기업으로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농업이나 농업 관련 식품 심사 모델을 가진 곳은 농협밖에 없다. 이후 법인화를 진행하면 가장 먼저 농업 식품 기업과 농기업 등을 대상으로 영업할 것이다. 이후 농협은행을 좀 더 알린 뒤 소매금융으로 확대해 일반 현지 주민 대상으로 영업하려고 한다.”

△아직 인도에서 현지 법인화한 국내 은행은 없다. 인도에서 법인화를 추진할 생각인가

“할 것이다. 현지에서 성공 가능성은 ‘현지화가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지금은 초기 단계라 삼성전자 등 검증된 우리 기업을 상대로 수월하게 영업을 시작하더라도 거기에 함몰되면 발전 가능성이 없다. 그건 글로벌 의미도 없다. 지점을 확대해 인도 법인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언제쯤 가능하겠는가

“지점 한 곳을 내는 데도 2~3년이 걸린다. 5년 정도 하면 2~3개 법인이 생긴다. 그때 정도면 법인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북인도에 노이다 지점을 세운 뒤 남인도에 첸나이 지점을 설립할 것이다. 그때 정도면 농협은행 이미지가 어느 정도 구축될 것이라 본다. 우리 노하우대로 현지에서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워서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진행하려고 한다. 현지인들에게 농협은행이 돈을 벌러 온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한다. 인도는 성장 가능성이 굉장히 크지만 아직도 꿈틀꿈틀하는 곳이다. 수익을 바짝 올리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제대로 된 법인을, 또 하나의 농협은행을 만들려는 생각이다.”

△인도식 농협금융 모델은 무엇인가

“인도는 국민의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농경국가다. 현재 인도는 국내 협동조합이 생겼던 1960년대와 비슷하다. 인도가 성장하려면 국민 통합과 균형 발전을 위해 농업을 도외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정부 재정과 금고를 농협에 몰아줬다. 농협은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독자적으로 농촌을 개발했다. 지주(地主)를 먼저 설득했다. 과거에는 지주가 200% 이자로 농민들에게 사채를 빌려줬다. 농협에 예금하면 이자 50%를 주고 욕도 안 먹게 해준다고 했다. 농협은 그 돈을 농민들에게 30% 이자로 빌려줬다. 농민들이 200% 이자를 갚다가 30%로 돈을 빌리게 되니 경쟁력이 생겼다. 처음 상호금융 모델이다. 정부가 농촌에 예산을 준 게 아니라 농촌 스스로 한 것이다. 농협과 손잡으면 인도가 13억 인구를 이끌어 농촌 발전을 이뤄낼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미얀마나 캄보디아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처럼 말인가

“미얀마나 캄보디아에 가서 농협금융 모델을 말하면 벌떡 일어나서 도와 달라고 한다. 인도에서도 그 모델을 추진하면 좋을 것 같다. 농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면 인도 관료들도 농협은행이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 이자만 받는 은행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다만 인도가 워낙 오랫동안 대국이고 전통 있는 나라라 지원받는 것에 굉장히 거부감이 커 조심스럽다.

△농협금융 모델을 하려면 다른 계열사도 인도에 진출해야 되지 않을까

“무엇이 먼저인지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할 때다. 우선 금융에 집중할 계획이다. 농협캐피탈은 최근 인도비료협동조합(IFFCO)과 ‘트랙터 유통·판매·할부금융 협력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농협 종자회사도 인도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었다. 농협 조직별로 활동하면서 ‘모든 인도 국민에게 필요한 좋은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것이다.

△디지털 금융 계획이 있는가

“인도는 중간 단계 없이 곧바로 디지털 금융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국내 모바일플랫폼인 ‘올원뱅크’를 들여오려고 한다. 모바일 금융뿐만 아니라 현재 개발하고 있는 인터넷 금융도 들여올 계획이다.”

△인도 금융시장이 규제가 강하다. 어떻게 헤쳐나갈 생각인지 궁금하다

“기다리고 인내할 것이다. 인도 내부 시스템과 공무원 문화, 현지 사정 등을 감안해서 우리식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인내하면서 우리 식으로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도에서의 포부를 한마디로 정리해 달라

“인도와 같이 발전· 협력·번영하는 파트너 역할을 하고 싶다. 든든한 지원군 말이다. 이를 위해 농협금융을 기반으로 한 고도의 현지화 전략을 펼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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