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내 최초 쌀 빨대 만든 김광필 대표 “국내외 할 것 없이 문의 쇄도”

입력 2018-10-04 18:5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먹어도 되고 자연분해…100% 친환경” “경쟁 업체 생겨나 시장 커지길 바라”

▲김광필 연지곤지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쌀빨대를 소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더 많은 친환경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경쟁업체가 많이 생겨나 시장이 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 규제’가 일으킨 나비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와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응원이 공존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플라스틱 용품을 줄이며 환경 보호에 동참했다. 일회용품 업계는 고사 위기에 몰렸지만, 반대로 텀블러 매출은 뛰는 등 시장에서의 희비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친환경 대체용품 시장에 전에 없던 기회가 열린 셈이다. 국내 최초로 쌀 빨대를 개발한 연지곤지의 김광필(42) 대표는 그 기회를 잡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연지곤지의 쌀 빨대는 현재 50개가 넘는 개인 카페에 공급되고 있고, 메리어트, 하얏트, 힐튼 등 유명 호텔들과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달 10일께부터는 국내 소셜 커머스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도 온라인에서 살 수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 대만, 일본 등 해외 바이어들과의 미팅으로 연일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김 대표와 지난달 28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대표와 약속을 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금의 쌀 빨대를 개발한 것은 3개월, 영업을 시작한 지는 2개월밖에 안 됐음에도 납품을 원하는 업체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서다. 인터뷰 직전 그는 미국 월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는 벤처 업체와 미팅을 했다고 밝혔다. 일본 업체와의 계약도 이달 중 예정돼 있다. 김 대표는 “쌀 빨대가 국내 최초일 뿐 아니라 세계 최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09년 그의 부친과 모친이 설립한 신발 도매업체인 연지곤지를 물려받았다. 연지곤지는 현재 영업직과 창고 매장직을 포함해 직원 7명을 둔 소기업이다. 신발 도매업체 대표였던 김 대표는 2016년 말 미국에서 해초로 먹을 수 있는 컵을 만든 벤처기업을 보고 쌀 빨대 개발에 착안했다. 여성 두 명이 창업한 ‘롤리웨어’라는 이 벤처기업은 해초류 외에도 감귤, 체리, 녹차, 바닐라 등에서 추출한 재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맛의 컵, 빨대 등을 제작하고 있다.

연지곤지의 쌀 빨대는 구상부터 완제품 개발까지 7개월 이상이 걸려 3개월 전에야 지금의 빨대를 내놓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아들을 낳았을 때보다 더 좋았다”고 개발에 성공했던 그날을 회상했다. 이어 “연지곤지와 법인을 분리하려 한다”며 “법인명은 ‘스트로우’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쌀 빨대는 현재 베트남 호찌민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호찌민 공장 내 생산직은 60명, 관리직은 10명 정도다. 한 달 생산량은 약 3억 개다. 쌀 빨대 성분은 베트남산 쌀 70%, 태국산 타피오카 30%로 이루어져 있다. 뜨거운 물에 담가 놓아도 1시간 이상 녹지 않는다. 인터뷰 때 쌀 빨대로 아이스 음료를 먹었는데 1시간이 넘도록 녹지 않았고, 빨대로서의 기능에도 흠결이 없었다. 사용한 빨대는 그냥 먹어도 되고, 음식물 쓰레기에 버려도 된다. 부러트려 화초나 흙에 버리면 자연 분해된다.

김 대표는 “베트남 쌀은 9단계로 나누어져 있는데 쌀 빨대에 들어가는 쌀은 그해에 생산한 3등급 쌀”이라며 “한국에서 5년 지난 쌀도 베트남 쌀보다 3배가량 비싸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한국 쌀보다 베트남 쌀을 더 인정해 줘서 오늘 만난 미국 바이어도 ‘한국 공장이 생겨도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 쌀을 납품해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쌀 빨대의 열량은 4개당 햇반 반 공기와 비슷하다.

그는 최근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여러 업체가 도입하고 있는 종이 빨대가 완벽한 대체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종이 빨대라고 해도 성분이 100% 종이는 아닌 탓이다. 그는 “플라스틱과 종이가 섞인 종이 빨대는 재활용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더 악화할 수 있다”며 “접착제가 음료에 녹아 환경호르몬에 더 빨리 노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쌀 빨대의 경우 납품 가격이 높다는 점이 아직 한계로 꼽힌다. 김 대표는 “종이 빨대가 처음 출시됐을 때 가격은 개당 18~20원이었는데 지금은 개당 5원까지 떨어졌다”며 “쌀 빨대는 한 달에 3000~5000개 공급을 기준으로 카페나 호텔에 개당 35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빨대가 개당 2.7원인 것을 고려하면 쌀 빨대의 가격은 10배도 넘는 셈이다.

가격 탓에 김 대표는 처음에 영업에 나섰을 때는 자신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는 현재는 처음 생각했을 때의 우려보다 사명감이 더 커졌다고 그는 말했다. 김 대표는 “가격이 10배 비싸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어떤 개인 카페는 3000개밖에 사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플라스틱은 500년이 지나도 안 썩는데 쌀 빨대는 파스타를 해 먹어도 되고 그냥 씹어 먹어도 된다”며 “자연 순환에 이거만 한 게 없다”고 자신했다. 그의 말처럼 개그우먼 강유미는 최근 유튜브 영상에서 쌀 빨대를 끓여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 31만을 돌파했다.

김 대표는 “관심을 받기 시작한 지 3개월도 채 안 됐는데 그사이 수많은 과정이 있었고, 그전에는 외롭고 힘들었다”며 “처음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은 적었지만, 지금은 사회적인 가치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손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비싸도 ‘가치 소비’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부연했다.

사업을 하면서 책임감이 커진 김 대표는 무료로 샘플 제품을 제공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쌀 빨대 제조는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중소기업이지만 사회적인 행사에는 무료로 최대 1000개까지 기증할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더 많은 친환경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그중 하나가 생분해되는 아이스 컵이다. 생분해되는 나이프, 포크 등도 현재 샘플로 개발해 놓은 상태이며, 쌀 빨대 생산 규모도 현재 3억 개에서 연내 10억 개로 늘릴 예정이다.

그는 경쟁 업체가 많아지는 것을 우려하기보다 오히려 생겨나길 바랐다. 김 대표는 “시장을 독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저희 업체만 독보적이라면 시장이 커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경쟁 업체가 생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