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韓 핀테크 산업 규제 완화 속도내야”

입력 2018-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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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이 “알리바바의 성공은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지지부진한 한국 핀테크 산업 관련 규제 완화가 보다 속도를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서봉교 동덕여대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제시한 결과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성공을 뒷받침한 중국의 규제 완화 특징은 크게 유연한 규제와 시장진입 제한 최소화로 요약됐다.

◇ 사후규제 방식 채택 = 중국 정부는 핀테크 산업을 육성함에 있어 ‘사전규제’가 아닌 ‘사후 규제’ 방식을 택했다. 새로운 핀테크 산업이 등장하면 일단 받아들였다. 문제가 터지면 사후적으로 규제하면 된다는 정책을 편 것이다.

알리바바는 이러한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2004년 알리페이를 시작해 대출중개, 신용평가, 온라인 펀드, 보험 등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금융 후진국이었던 중국은 핀테크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반면 한국의 핀테크 산업 관련 규제들은 사전규제 위주다. 기술이 먼저 금융시장에 출현하고 이후 제도를 통해 이를 보완해가는 방식이 아니라, 각종 심의 등을 통해 금융서비스에 대한 사전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 분야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게는 초기 시장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매우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 네거티브 방식의 열린 규제 = 지난해 중국은 세계 핀테크 100대 기업 중 9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세 곳은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핀테크 도입률도 조사대상 20개국 중 가장 높은 69%에 달했다.

중국 핀테크 산업이 이렇게 비약적인 발전을 한 데에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 중요한 배경이 됐다. 법에서 금지하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혁신이 필요한 신산업 성장 촉진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전자상거래 업체로 시작한 알리바바가 2013년 자산운용사를 인수해 온라인펀드 시장에 진출하고,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대출시장 및 신용평가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러한 유연한 규제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한국의 핀테크 산업의 경우 전형적인 포지티브(원칙금지, 예외 허용) 규제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금융규제가 대부분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신기술 도입이나 신개념의 서비스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

◇ 시범적 사업 허용으로 경쟁력 제고 기회 제공 = 중국은 새로운 핀테크 산업에 대해 특구와 같은 일정 지역, 혹은 시범 기업들에게 ‘실험적인 규제 완화’를 적용해 기업들이 경험을 축적하고 경쟁력을 높여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했다.

알리페이에 대해 사업 초창기에 시범적으로 중국 남부지역에 국한해 온라인 지급결제 영업을 허용했다가, 이후 사업성과가 나타나면서 바로 전국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해준 것이 하나의 사례다.

한국는 핀테크 기업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금융서비스를 테스트하는 경우 한정된 범위에서 기존 금융규제를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제도를 담은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 업종별 칸막이 없애 통합 비즈니스 모델 구축 = 중국은 핀테크 산업에 대한 칸막이 규제가 없다. 알리페이가 간단한 지급결제에서 시작해 온라인펀드와 소액대출 사업 등 다양한 금융 사업이 통합된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유다.

한국은 전자금융거래법에서 비은행 전자금융업자를 직불전자지급수단, 선불전자지급수단, 지급결제대행 등 업종별로 세분화해 구분, 각각의 영역에 대한 진입요건을 달리하고 있다.

이에 비금융회사가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각 영역에 대한 자본금, 인적·물적 요건 등에 맞춰 추가로 자격을 얻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급변하는 글로벌 핀테크 산업 환경과 더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 니즈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을 필요로 하는 핀테크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업 확장을 주저하게 만드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규정 없어 = 중국에는 산업자본의 은행업 소유 및 경영을 규제하는 조항이 없다. 중국 정부는 2013년 상하이 자유무역특구지역 내 민영은행 설립의 시범적 허용을 시작으로 2014년 텐센트, 알리바바, 텐진진성 3개 민영은행에 대해 예비 인가를 내렸다. 이에 알리바바는 2015년 6월 온라인은행인 마이뱅크(MYbank)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한국은 지난달 20일 케이뱅크가 영업을 개시한지 536일만에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은행지분 보유 상한 4%→34%) 족쇄가 풀렸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은산분리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출범한 탓에 자본금 부족으로 대출상품 판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한국이 은산분리 문제로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은행을 적극 육성하고 있었던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은 물론 중국까지 급성장해 한국 인터넷은행들은 후발주자로 한 발 늦은 출발을 하게 됐다.

◇ 시장 진입 허들 낮춰 = 중국 정부는 기존 금융사들이 독점하고 있던 분야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에 대한 시장 진입 규제를 허물어 혁신을 주도하도록 유도했다.

2008년에는 은행이 독점하고 있던 대출 서비스를 비금융회사에도 허용했다. 2012년에는 비금융회사의 자산운용사 소유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를 허용했다. 이에 알리바바는 2010년 자기자본 운영방식의 소액대출회사를 설립했고, 2013년에는 텐홍자산운용사를 인수해 온라인 자산운용상품인 위어바오를 출시했다.

반면 한국은 투자중개업이나 투자매매업 자격을 획득한 금융회사에 한해 자산운용 상품의 매매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라이선스가 없는 핀테크 기업이 직접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어렵다. 핀테크 기업의 자기자본 대출업 또한 관련법에서 금융위원회의 등록 절차를 거쳐야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우호적이고 개방적인 규제 환경이 중국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견인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규제완화가 속도를 내어야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판 알리바바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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