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득중 쌍용차 금속노조 지부장 “변화한 사회적 시선, 노노사정 합의 원동력”

입력 2018-09-28 10:50수정 2018-09-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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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복직이 일자리 유지” 설득…“기존 원칙 깼다” 일부 비판, 잘못된 합의 바로잡은 것

▲김득중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장이 27일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에 대한 뒷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10년 만에 복직이 이뤄지는 데 대해 “쌍용차 해고자들이 그 긴 세월 동안 포기하지 않았고, 해고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연대했던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9년간 팽팽하게 이어져 온 쌍용자동차의 해고자 복직 문제가 일단락됐다. 회사 측은 통 큰 결단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해고 근로자 전원을 복직시키기로 14일 결정했다. 해고자 복직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복직을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해고 근로자만 30명. 2013년부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을 맡아온 김득중(48) 씨는 그 과정에서 슬픔을 함께 나눴다. 2009년 쌍용차 해고 사태가 벌어진 이후 웃음이 사라졌던 김 지부장은 2018년 9월 미소를 되찾았다.

27일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만나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자, “이제는 축하를 좀 받아도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한 김 지부장. 그에게서 쌍용차 복직 사태에 대한 뒷이야기와 자동차 산업의 노사 관계에 대해 들어봤다.

▲해고자 복직을 위한 노노사정 합의가 되기까지 과정은 어땠나

“많은 분들이 갑작스럽게 합의가 된 줄 알지만, 그게 아니다. 이전부터 사측 대표와 노조 간 만남과 대화가 몇 차례 있었다. 분향소 설치 이후에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과의 만남에서 쌍용차 문제 해결에 대해 언급했다.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복합적으로 이뤄져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대표들이 서너 차례 만났다.

그러나 이견이 큰 탓에 만남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다만, 서로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 한발씩 물러서서 문제를 바라보게 됐다. 우리가 분향소를 설치할 때 우선적으로 사측 대표가 와서 조문과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런 이유로 만남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교섭 중간에는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 일이 있고 일주일가량 지난 13일 저녁에 사측이 ‘다음 날 조문을 오겠다’고 했다. 조문을 오겠다는 것은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복직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10월 한 달은 지난 10년간 시간들을 정리할 예정이다. 일단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복직을 하기로 했는데, 우선 올해 60%에 해당하는 인원을 어떻게 선정할 건지 고민하고 있다. 그 명단을 지부가 제출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복직을 위해선 ‘본인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실천을 해 왔느냐’라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노조원이 10년 만에 추석 선물을 들고 고향에 갔겠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복직할지 기대 반, 우려 반 있었을 것이다.”

▲복직 시점으로 보면 10년 만이다. 이 사태가 해결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을 꼽으면

“가장 큰 요인은 쌍용차 해고자들이 그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다음은 해고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나누며 연대했던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쌍용차 해고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고 하는 공감대 속에서 어려운 조건에서 결단해 준 최종식 사장, 기업노조 홍봉석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어진 정부의 중재. 이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최 사장이 합의 과정에서 노조 측에 주문한 게 있나

“최 사장은 향후 쌍용차의 미래, 도약을 위해 복직을 하면 공장 내에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여 상호 노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저도 거기에 대해 우리 문제가 해결된다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했다.”

▲9년간 변화한 것은 무엇인가

“사회적인 시선이 가장 크게 달라졌다. 처음에는 이력서를 내봤자 취업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해고자들이 그렇게 2~3년을 보냈다. 차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2012년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청문회도 했고, 국정감사도 두 번 했다. 그해 대선이 있었다. 대선후보들은 모두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국민에 의한 촛불의 힘으로 정부가 새롭게 탄생한 이후 시민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분향소 옆에 자리한 ‘태극기부대’분들도 해고자 복직 문제가 일단락되자 우리에게 수고했다고 인사를 했다. ‘고생이 많았다. 어떻게 버텼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태극기부대’가 분향소를 차린 첫날은 호되게 신고식을 치렀지만, 얼마 안 되어서부터는 우리 분향소에서 조문하는 태극기부대원도 있었다.”

▲사측에서는 정부 측에 자금 지원 등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예전부터 줄곧 해고자 복직 관련된 문제 해결과 국가의 손해배상 철회, 국가 사과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해고자 복직에 대해선 회사에 얘기한 건데, 정부가 함께 애써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회사가 정부에 추가 대출 문제를 요구한 것은 교섭 과정에서 확인했던 사안이다. 완성차, 제조업을 지켜내고 육성해 내는 것도 정부로 보면 일자리를 유지하는 차원이 아니겠는가. 정부에는 해고자 복직 문제를 제조업의 발전 육성 차원에서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복직 결정이 노노사 합의의 원칙이 깨졌다고 비판한다. 이 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원칙이 깨졌다기보다는 종전 잘못된 합의를 바로잡았다고 하고 싶다. 종전 합의서는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를 모두 복직시키기로 했다. 그 합의가 지켜지지 않고, 안타까운 죽음이 복직 대기자에게서 발생했다. 이런 죽음을 막기 위해선 잘못된 합의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작년 상반기부터 이야기해왔다.”

▲이번 쌍용차 복직자 문제 해결은 자동차 업계 노사 갈등의 큰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자동차 업계의 노사 화합은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 것인가

“어느 기업이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어려움이 있으면 충분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야 한다. 함께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쌍용차 합의는 작은 씨앗이 됐으면 좋겠다.”

▲회사가 당면한 과제들이 많다. 사측과 어떻게 힘을 합칠 계획인가

“10년 동안 쌍용차를 바라보는 사회의 눈은 갈등과 분쟁의 사업자였다. 그것을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해야 한다. 쌍용차는 동종사에 비해 내수 판매 비중이 높다. 그렇다면 아름답게 노사가 협력하면서 국내에서 재도약할 수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판매도 늘어날 것이고, 생산과 고용이 늘어난다. 그런 측면에서 이 문제를 빨리 해소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아울러 자동차 산업은 이미 과잉 생산 체제다. 자동차 산업은 국경을 넘나든 지도 오래됐다. 자동차는 수소차를 넘어 최첨단 산업으로 가고 있다. 시대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쌍용차에서 해고를 당했으면 다른 곳에 취업하면 되지 왜 쌍용차에 복직하려 하느냐는 일부의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전 정권이 들어선 이후 2, 3년 동안 쌍용차 해고자들은 사회적인 낙인에 발목이 잡혔다. 가족들에게서 외면을 당해 가정이 붕괴되고, 이는 또 죽음으로 이어졌다. 왜 쌍용차를 고집하는지 이해하려면 2010년 국가가 근로자들을 어떻게 탄압했는지 이해하면 된다. 쌍용차 복직을 위해 끝까지 싸운 이유는 이것만이 유일하게 우리들의 이야기가 진실이었음을 밝힐 수 있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김득중 지부장은

1969년 경기도 평택 출신으로 청북중, 한광고를 졸업했다. 그는 2011년 쌍용차 문제해결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을 맡은 이후, 2012년에는 쌍용, 강정, 용산, 밀양 공동대책위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2013년 9월부터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을 맡으며 쌍용차 해고자의 복직을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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