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차 관세폭탄 후폭풍…美소매업계, ‘세탁기 관세’ 데자뷰

입력 2018-09-21 00:45수정 2018-09-2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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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트럼프가 한국산 세탁기에 20% 관세 폭탄 투하 이후 세탁기값 20% 급등 -이번 3차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여파로 미국 소매업계 가격 줄인상 조짐 -월마트가 앞장...다른 경쟁업체도 따라 올릴 듯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3차 관세 부과를 발동하면서 그 여파가 당장 미국 서민 물가에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유통공룡 월마트가 그 시발점이다.

20일 CNN에 따르면 대중 3차 관세 부과가 발표되기 전, 월마트는 트럼프 행정부에 크리스마스 조명, 샴푸, 개밥, 매트리스, 핸드백, 백팩, 진공청소기, 자전거, 에어컨 등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월마트는 “즉각적인 충격은 소비자 가격 인상과 미국 기업 및 제조업체들에 대한 비용을 인상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는 17일에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하고 내년부터는 이를 25%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월마트 뿐 아니라 다른 소매업체들과 소비재 업체들도 트럼프 행정부를 말렸었다. 타깃은 “추가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며 “가정마다 노트북, 계산기, 바인더, 책상 같은 학용품들을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선심을 쓴 건 최종 관세 부과 대상에서 자전거 헬멧, 유아용 의자, 카시트 등을 뺀 게 고작이다.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 애플의 제품도 몇 가지 빼줬다.

CNN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이번 3차 관세는 전세계에서 제품을 수집해 판매하는 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타깃도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됐다. 이익 마진율을 낮추거나 아니면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거나.

이들 업체는 고율 관세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쪽을 택했다. 월마트는 “소비자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고, 공급업체는 더 적은 소매 마진을 얻게 될 것이고,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를 줄이거나 아예 구매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소매연합(NRF)은 가구에 25%의 관세가 붙으면 미국인들은 연간 45억 달러를 더 지불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캐리어백이나 핸드백 같은 여행 아이템에 대해서는 12억 달러를 더 쓰게 된다.

CNN은 관세가 소비자들에게 미친 영향의 대표적인 사례로 세탁기를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2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세탁기 가격은 최근 몇 달 새 20% 가까이 급등했다. 한국산 세탁기에 트집을 잡은 미국 월풀은 실적과 주가 모두 곤두박질쳤다. 한국산 세탁기는 관세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지만 월풀 등 미국업체들은 미국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때문에 가격을 올려야 했다. 세탁기 가격이 오르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구매를 주저하는 건 당연했다.

월마트의 경우, 미국 소매시장의 10%를 차지하는 만큼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또 고객 대부분이 미국 저소득층과 중산층이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의 수카리타 코달리 애널리스트는 “월마트가 저소득층 고객을 위해 값싼 제품을 많이 제공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가 도우려했던 이들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월마트의 서플라이 체인들도 문제다. 월마트의 미국 서플라이 체인들은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조립하는 라스코팬은 중국산 모터에 의존한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자전거마다 40개의 부품이 필요한데, 이는 모두 수입품이다. 월마트는 “해당 부품에 대한 관세는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려 어린이나 가족용 자전거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올리면 기업들이 중국산을 쓰는 대신 미국 내 생산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라고 업계는 말한다. NFR는 미 정부의 생각에는 결함이 있다며 치밀하게 계획된 서플라이 체인은 하룻밤 사이에 다시 그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소매업계는 당장 다가오는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연말 연시 쇼핑 대목이 걱정이다. 보통 업체들은 제품을 6개월에서 1년 전에 주문하는데, 이번 연말 연시 쇼핑 시즌에 맞춘 수입 비용 산정이 곤란해진 것이다.

업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 정부는 우리의 서플라이 체인을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대체하는 능력을 과대평가했다”며 “글로벌 공급망은 극도로 복잡하고, 적절한 기준을 충족하는데 필요한 규모와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적절한 파트너를 찾는데 수년도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에 2억2000만 달러 어치의 개 끈을 수입했는데, 그 중 80%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었다. 또 작년에 미국은 4억7400만 달러 상당의 크리스마스 트리용 조명을 수입했는데, 그것도 85%가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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