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미국서 발빼나...안방보험, 美고급호텔 일괄 매각 추진

입력 2018-08-20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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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의 해외 투자를 주도해온 안방보험이 미국의 고급 호텔들을 일괄 매각하기로 해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안방보험이 2년 전 55억 달러를 들여 사들인 미국의 고급 호텔들을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에식스하우스호텔과 와이오밍 주 잭슨홀의 포시즌호텔, 시카고와 마이애미의 인터콘티넨털호텔 등을 소유하고 있으나 현금 확보가 시급해 15개에 이르는 호텔을 일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는 안방그룹의 고급 호텔 포트폴리오가 너무 커서 일반적인 공개 매각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부펀드, 초대형 사모펀드 등과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매각이 완료되면 중국 정부가 현재 안방보험 창업자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고 올해 초 97억 달러를 투입한 이래 가장 중요한 해외 자산을 매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방보험은 이미 중국에서 자산 매각을 시작했지만 해외 주요 자산을 매각하진 않았다.

안방보험이 2016년 해외 고급 호텔들을 사 모을 때만 해도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구입가보다 못한 가격에 부동산들을 되팔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고급 호텔 판매 건수와 매각 시 객실당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JLL의 호텔앤하스피탈리티그룹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의 고급 호텔 판매 가격은 220억 달러, 객실당 67만8000달러였으나, 작년에는 그 가격이 52억 달러, 객실당 56만8000달러로 급락했다.

호텔 업계 관계자들은 안방보험의 고급 호텔 포트폴리오 매각은 중국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 매각을 가속화하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표면적으로는 자본 유출을 통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정책에 따른 것이지만, 최근 미중 간 무역 분쟁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방그룹의 경우, HNA그룹, 그린랜드홀딩그룹과 함께 미국의 부동산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선 중국 자본의 대표주자였다. 2015년에는 뉴욕의 랜드마크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블랙스톤으로부터 19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미국 호텔로는 역대 최고가였다. HNA는 힐튼월드와이드홀딩스와 관련 회사 지분을 약 20억 달러에 매각하는 등 수익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안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부동산을 포함한 해외 투자를 규제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일부 중국 기업들은 인수 가격에 부동산을 되팔았고, 심지어 HNA는 손실을 감수하고 맨해튼 오피스 빌딩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이번 매각 목록에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한편 중국 상하이 고급인민법원은 16일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의 상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자금모집 사기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고, 105억 위안의 재산도 몰수됐다. 덩샤오핑의 외손녀 사위로 알려진 우 전 회장은 넓은 인맥을 활용해 자금을 동원하고, 이를 통해 해외에서 활발한 기업인수 활동을 벌였으나 작년 6월 돌연 공안에 체포돼 회장직을 내놨다. 이후 안방보험은 정부 산하에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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