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가 된 중국…정책 실험 갈수록 줄어든다

입력 2018-08-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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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수준 정책 실험 2010년 500개→2016년 70개로 감소…“시진핑, 여론 받아들여야”

▲중국의 지방정부 수준 정책 실험 수. 2012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서기로 취임한 해. 출처 이코노미스트
올해로 창당 97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은 독일 인구보다 많은 당원을 이끌고 중국의 경제와 정치를 지탱해왔다. 공산당이 이토록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지방에서 펼치는 정책 실험이다. 그러나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공산당이 갈수록 시범 정책을 줄이는 등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정책 실험은 덩샤오핑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최우선가치로 뒀던 그는 지방에서 농민들이 농작물을 팔아 돈을 버는 행위를 눈감아줬다. 그 뒤 농산물거래가 생산량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오자 덩샤오핑은 자본주의식 농산물거래를 중앙정부의 공식 정책으로 확대 적용했다.

덩샤오핑식 정책 실험은 공산당 체제의 단점인 경직성을 줄여줬다. 일부 서구 학자들은 ‘중국의 적응 권위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경제특구 정책도 지방정부에서 외국 자본 유치와 세금 감면 혜택 등을 적용한 뒤 전국으로 퍼진 결과다.

하지만 2012년 시 주석이 권력을 잡고나서 지방정부 차원의 정책 실험이 점차 줄어들었다. 2010년 500여 개에 달했던 시범 정책은 2012년 350개 수준으로 감소했고 2016년에는 70개로 줄어들었다. 2010~2016년 사이 시행된 정책 중 시범 정책 비율은 20%에서 5%로 급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실험이 줄어든 원인을 시 주석이 밀어붙였던 중앙집권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집권 초부터 ‘반부패투쟁’을 선포하고 “성역 없는 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실제 부패 관료를 잡아내며 성과를 보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시 주석의 권력 강화로 이어졌다. 관료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눈에 띄지 않고 최대한 중앙 정부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려 하니 새로운 정책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세바스찬 헤일만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 책임자는 “시 주석의 중앙 집권적인 정권 아래에서는 지방정부의 주도권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부터 시범 운영된 ‘토지은행’ 제도는 침체돼있는 중국 정부의 정책 실험 상황을 보여준다. 중국은 토지소유권의 매매나 증여 등이 원천적으로 불가하고 토지사용권을 국가에서 분배받거나 돈을 주고 취득해야 한다. 시 주석은 토지제도 개혁을 위해 농민들이 토지사용권을 서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난성 리양현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허난성의 농민들은 사용권을 받은 토지를 토지은행에 저당 잡혀 수수료를 받거나 타인에게 넘길 수 있게 됐다. 당시 중앙 정부는 이를 몇 년 안에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개혁 정책은 진척이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밑에서부터의 여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이즈위안 칭화대 교수는 시범 정책의 진행 상황과 결과를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며 “더 많은 시민사회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이 전임자들보다 시민사회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며 그가 지방 정부 차원의 정책 실험 확대와 공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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