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아들, 쉽지 않음을 만나다

입력 2018-08-1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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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글을 쓰려고 한다. 2004년에 태어났으니 우리 나이로 열다섯이다. 중2라는 어수선한 시절을 겪고 있는 녀석을 위해 편지 형식의 칼럼을 한 편 쓰려니 마음부터가 먹먹하다. 거짓 없이 바르게 살라고 말하고 싶으나 나는 그렇게 살았나 싶은 생각에 글 초반부터 턱 막힌다.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려 해도 지난해 노란 물결을 이뤘던 광화문 항쟁에 관조자의 행동을 했던 나 자신을 떠올리니 그 말도 입 밖으로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래서 부모는 한마디 꾸짖음을 자식에게 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걸 버리고, 잘 살아왔어야 했나 보다. 후회가 앞선다.

사십 중반을 살아온 내가 과연 아들에게 충고랍시고 건네줄 말은 무엇이 있을까. 다른 부모는 어떤 말을 아들에게 해주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구글링을 시도해봤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해주고 싶은 말은 있으나 어떻게 말해줘야 혼란스러운 중2 아들의 마음이 돌아설 수 있을지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 아들이 어떤 말을 필요로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기에 이번 주제는 잠시 시간을 내어 묵언의 자책을 선행한 후 써내려 감을 알린다.

편견과 선입견 없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의미다. 고정관념이 생길 때 그것이 나의 생각인지 SNS에서 나오는 근거 없는 정보의 결과물인지 정도쯤은 반추해보길 권한다. 왕따의 원인이 그들에게만 있는지, 나에게도 있을 수 있는지 생각하는 그런 아들이기를 바란다. 편견과 선입견에 익숙해지다 보면 눈은 멀어지고, 귀는 어두워지기 마련이다. 이는 나이가 들어 그릇된 가치관을 부정할 수 없을 때가 오면, 다시 정의로 돌아가기보다는 현재를 합리화함으로써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알려주고자 한다.

고정관념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본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아비도 참으로 이루고 싶던 가치관이었지만 지금 되돌아보니 자기합리화가 슬그머니 머리 한쪽에 똬리를 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니 참으로 무서운 것임을 느낀다. 하여 이루지 못한 가치관을 아비라는 입장에서 아들에게 건네본다.

또 다른 해줄 말은 무엇이 있을까. 탁자를 손가락으로 툭툭 시간 맞춰 쳐가며 생각해도 도통 내가 잘했던 것이 무엇이 있나 떠오르지 않는다. 아들에게 쓰려니 갈팡질팡하기만 하다. 그래도 나이 든 꼰대처럼 이해 못할 충고 하나쯤은 더 해줘야 맘이 편하겠다.

에티켓보다는 사고방식에 신경을 다했으면 좋겠다. 아들이 세상에 나아갈 때쯤이면 AI(인공지능)가 상당한 영역을 대신해줄 수 있다. 그 세상에서도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무언가가 변별력으로 작용해야 한다면 그것이 바로 사고의 방식이 아닐까 한다. ‘예의’ 없이 행동하기를 우선으로 하라는 말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 예의를 따지기보다는 같은 시간에 생각하는 ‘자세’를 어떻게 하면 바로 세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아들이 되길 바라본다. 본래 사람이란 편한 것을 추구하고, 욕심이라는 추악이 합리화의 모양새로 생각을 사로잡는 법이니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이길 수 있는 특징적인 사고를 만들어 나가길 바라본다. 책도 좋고, 여행도 좋고, 고민도 좋고, 눈물도 좋을 것이다. 사고를 깊게 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는 게 좋다.

아비도 하지 못한 것을 아들에게 요구한다고 비난받을 수 있다.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는 것이 아비의 욕심이다. 아비의 잘못을 인정해서라도 자식이 바르게 커 주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는 참으로 쉽지 않다. 우스갯소리 같으나 아들을 키우는 것보다 훈육 한마디가 훨씬 더 어렵다. 나를 되돌아보게 되는 오늘이 참 힘들다. 남은 생은 모쪼록 한마디 제대로 훈육할 수 있도록 살아가고프다. 십 년쯤 후면 아들에게 뭔가 자신 있게 해줄 말이 있을지 지금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신이 바짝 들어 있는 기분이다.

아비의 죄책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 방에서 PC게임 빠져 있을 그 녀석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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