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시즌] 당 대표 선출은 ‘빙산 일각’…2020년 공천권 놓고 계파 전쟁

입력 2018-08-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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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강원 원주시 한라대 대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 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 및 강원도당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추미애 대표(오른쪽부터), 심기준 도당위원장, 송영길, 김진표, 이해찬 당 대표 후보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의도 정치권이 전당대회(전국대의원대회)의 계절을 맞았다. 원내정당 5곳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3곳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르는 중이거나 새 지도부를 구성했다.

일반 국민에게는 선거만큼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정치권 내에서는 큰 이벤트다. 이전의 전당대회를 봐도 당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당내 역학구도가 재편되곤 했다. 이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이 표면화되거나 특정 계파가 몰락해 ‘폐족’의 길을 걷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이번에 선출되는 각 당의 지도부는 다가올 정계개편 국면을 지휘하면서 2020년 총선에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각각 당심(黨心) 향방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친문 내전’으로 격화된 민주당 8·25 전대 = 여당인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예비경선을 통해 이해찬(7선)·김진표(4선)·송영길(4선) 의원을 8·25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로 결정했다. 세 명 후보는 3일 제주를 시작으로 호남, 충청 지역 대의원 대회를 돌며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현재까지 여론조사에서는 이해찬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흐름이지만 추격도 만만치 않다. 김진표·송영길 의원이 ‘이해찬 대세론’ 차단을 위해 본격적인 견제 전략에 착수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중반기를 뒷받침할 이번 민주당 당권 레이스의 특징은 민주당 내 ‘친문 경쟁’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각 후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문심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가운데 당원의 지지가 선거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친문 성향 당권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노 좌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후보는 문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와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후보 또한 문 대통령과의 가까운 관계를 부각하는 중이다. 세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비문으로 분류되던 송 후보 역시 “문재인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는 ‘이지스함’이 되겠다”는 선거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송 후보는 최근까지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맡았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자신이 ‘신문(新文·새로운 친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후보들 간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민주당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당 대표 선거가 ‘친노친문 분화’의 기점이 될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에 민주당 전대준비위원회 간사를 맡은 김영진 의원은 “과거에 비해 조기에 전당대회가 과열되면서 논쟁이 확산되는 것 같다”면서 “적절한 선을 넘게 되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그에 따른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견 발표회에서 잡은 손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비대위원장, 김수민 청년최고위원 후보, 하태경, 김영환, 장성철 신용현, 정운천, 장성민, 이수봉, 이준석, 권은희, 손학규 당대표 후보, 김삼화 선관위원장. 연합뉴스
◇대세론 없는 바른미래… 손학규 등판에 출렁 = 다음 달 2일 전당대회를 치르는 바른미래당도 출마자 진용을 갖추고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돌입했다. 바른미래당 최대 주주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 속에서 누가 차기 당권을 쥐게 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현역 의원 및 원외 인사는 10명에 달한다. 가장 중량감이 있는 당 대표 후보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 고문이 꼽힌다. 전날인 8일 손 고문은 고민 끝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미래형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개혁 통합정당으로 우뚝 서게 하겠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 패배 후 위기 상황인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경륜을 갖췄다는 점을 앞세웠다.

손 고문의 경쟁 상대로는 2일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이 거론된다. 이외에도 정운천·신용현·김수민 의원과 권은희·김영환·장성민 전 의원, 이수봉 전 인천시당위원장, 장성철 전 제주도당위원장, 이준석 전 노원병 지역위원장, 허점도 전 김해시장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다.

후보가 많은 만큼 경쟁 구도는 복잡하다. 손 고문이 그나마 유력하다는 관측이지만 뚜렷한 대세론이 형성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 명의 유권자가 두 명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1인 2표제’ 도입으로 후보 간 치열한 합종연횡이 펼쳐질 것이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바른미래당은 11일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6명의 본선 후보를 추려낼 예정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연합뉴스
◇민주평화, 정동영 선출… 전대 후유증은 여전 = 한편 민주평화당은 다른 당보다 일찍 전당대회를 치르고 5일 신임 대표에 4선의 정동영 의원을 선출했다. 정동영 대 유성엽·최경환 의원이 연대한 ‘반 정동영’ 구도로 치러진 평화당의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전당대회에서 68.6%의 득표를 얻었다.

다만 전당대회가 끝났음에도 치열한 경쟁의 여파는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중 불거진 문제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앞서 유성엽·최경환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정 대표 측을 상대로 당원 데이터베이스 유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온라인투표(K보팅)에 참여하지 않은 당원을 대상으로 한 ARS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혹과 여론조사 선정 업체 관련 잡음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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