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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선 변호사 “BMW스캔들..독일보다 우리 국민의 눈치를 봐야”
입력 2018-08-10 10:18
현대차 법무실장 출신 집단소송 전문가

▲하종선 변호사는 국내 수입차 관련 집단소송 분야를 주도해온 법률가다. 그는 “집단소송은 단순하게 기업에게 맞서 싸우는 게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정당한 권리를 찾아가기 위한 단계”라고 말한다. (고이란 기자 photoern@)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추진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결함입증 책임도 제작사로 돌려야 합니다. 미국처럼 증인 심문제도, 그러니까 데포지션(deposition) 제도도 필요합니다. 패소 때 상대방 변호사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도 없애야 합니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제대로된 소송을 추진할 수 있어요.”

그는 억울한 소비자들을 대신해 거대 자동차 기업과 싸우고 있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생경하고 낯선, 그래서 바꾸고 개선해야 할 것들이 넘치는 ‘소비자 집단소송’ 분야의 선구자로 불린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다.

BMW 화재는 이제 사회적 이슈를 넘어 국민적 공분으로 번졌다. 올해만 서른 대 넘게 화재가 일어났고, 8월 들어 하루에 한 대꼴로 불타는 중이다. BMW를 타지 않아도 불편함과 불안함을 느낀다. 행여 옆에 있다 불똥이라도 튈까 싶은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가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도 서려있다.

마침내 뿔이 난 BMW 차주들은 회사 측의 '결함 은폐' 의혹을 수사해 달라며 고소장을 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앞에 하종선 변호사가 섰다.

9일 ‘BMW 피해자 모임’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하종선 변호사는 고소인 대표 이광덕 씨, BMW 차주인 노르웨이인 톰 달 한센(Tom Dahl-Hansen) 씨 등과 함께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찾아 BMW 관련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해자 모임‘에 소속된 회원 20여 명은 요한 에벤비클러 BMW 그룹 품질 관리 부문 수석 부사장과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 등 6명을 고소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경찰은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이관했다.

◇현대차 법무실장과 현대해상 대표 거친 법률가 = 거슬러 올라가보면 하종선 변호사는 제조물 책임법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던 시절부터 관련 소송(미국)에 참여해 왔다.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했다.

현대자동차가 고유모델 포니를 개발한지 10년, 후속 모델인 엑셀과 프레스토를 앞세워 처음으로 미국 진출할 때 하 변호사는 현대차 법무실 소속이었다. 당시 미국은 이미 소비자보호법이 철저하게 갖춰져 있었다. 처음으로 소형차를 미국에 수출했던 현대차는 진출 초기부터 갖가지 제조물 책임법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 변호사는 안전벨트와 관련한 대규모 소송에서 소비자의 권리와 제조사의 책임을 법적으로 명확하게 나누는데 성공했다. 이밖에 다양한 제조물책임법 소송에서 회사를 대신해 승소를 끌어내기도 했다. 당시 현대차와 함께 미국 진출을 추진했던 모비스(당시 현대정공)의 미국법인 설립 역시 그가 주도하기도 했다.

현대차에 이어 2000년대 들어서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의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11년까지 현대그룹의 전략기획본부 사장을 역임하며 기업에 몸담았던 재계 인물이다. 자동차 회사 법무실장을 시작으로 배상과 보상업무가 주된 업무인 보험사 대표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재계에 몸담았던 그는 이제 소비자의 입장을 대신한 집단 소송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다.

“단순하게 기업에게 맞서 싸우자는 의미로 해석하기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정당한 권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단언했다.

◇“폭스바겐과 BMW 집단소송은 출발부터 달라” = 하 변호사는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추락사고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을 대리하기도 했다. 최근 회사 측과 피해자들 사이의 법적합의가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그가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는 "아우디폭스바겐 독일 본사를 상대로 소송이 진행되다보니 해외송달 절차가 복잡해 재판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나마 9차 변론기일을 마쳤으니 올 연말 께 민사소송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자동차 부분 집단소송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BMW 화재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그는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곧바로 화재 피해자와 일반 피해자를 나눠 2건의 집단소송에 나섰다. 하종선 변호사는 이번 BMW 화재와 관련한 집단소송에 대해 “과거의 다른 사건과 시작점부터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에는 화재 사고입니다. 배기가스 인증에 문제가 있거나 소비자가 금전적 또는 정신적 피해를 보는 것과 차원이 다른 것이에요. 화재는 인간에게 가장 극심한 고통을 주는 재앙이잖아요. 그것도 단순하게 자동차 하나가 불에 타는 게 아니라 건물이나 주변의 다른 차, 다른 사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재산은 물론이고 우리의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라는 의미다. 단순한 리콜 이상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BMW 피해자 모임' 회원과 화재 피해자 등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 BMW의 결함은폐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이 하종선 변호사다. (연합뉴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과 조사 아쉬워 = 우리나라는 여전히 소비자가 거대 기업을 상대로 법적 싸움을 이어가기 어려운 구조다. 자동차의 제작결함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결함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은 어떨까. 하 변호사는 “미국 역시 결함입증 책임이 법적으로 소비자에게 있지만 실제 법정에 나서보면 사실상 제작사가 결함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문화된 법 대신 실제 법정에서는 법이 약자의 편에 선다는 의미다.

그런 상황에 우리나라, 특히 수입차 시장은 여전히 보수적이며 전근대적 방식이 만연해 있다. 일부 소비자들이 품질불만을 제기하면 조용하게 신차 한 대를 할인판매하면서 불만을 잠재워 왔다.

이런 방식이 확대되고 고착화되면서 수입차 시장에서는 우리 정부와 우리 소비자를 간과하는 사고방식이 확대돼 왔다.

하 변호사는 제작결함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는 우리 정부도 꼬집었다. 수입차 회사들이 “이게 문제가 있으니 리콜하겠다”고 말하면 주무부처는 “알았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수입차의 제작결함을 지적한 사례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는 “우리 정부도 자동차 제작결함을 다각적이고 면밀하게 직접 검증해야 한다”며 “원인 속에 또 다른 원인을 짚어내는 자질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소송은 단순하게 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게 아닌, 법률적으로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가는 첫 단계다. 이런 문화와 인식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변해야 한다. 먼저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결함입증책임 전환법이 절실하다. 차에 문제가 있다면 이 자동차를 제작한 회사가 “결함이 없다”는 사실을 가장 잘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 변호사는 기업들 스스로 나서서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제기되는 집단소송이 이제 한국에서도 제기될 수도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만큼 우리 소비자들의 인식 수준이 높아졌고 스스로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풍조가 사회에 퍼지면 집단 소송 문화도 더욱 발달하고, 동시에 소비자 중심의 기업문화가 정착될 수 있습니다”

BMW 화재 피해자 집단소송은 역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독판사 진행으로 이어질 예정이어서 1, 2차 소송 결과는 예상외로 빨리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MW 측이 결함을 2016년부터 인지했다고 했으니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결함 은폐’를 밝혀내기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인터뷰의 끝에서 이번 집단소송의 진정한 의미를 함축한 한 마디를 던졌고, 여운은 꽤 길게 남았다. “이제 우리 정부도 독일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우리 국민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하종선 변호사는

1955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거쳤다. 이후 2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법연수원 11기 출신이다. UCLA 대학원 법학석사를 마치면서 한국과 미국(캘리포니아주)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1986년부터 10년 동안 현대차 법무실과 법무실장, 상임법률고문을 역임했다. 2004년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이사, 2008년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을 맡았다. 2012년부터는 법무법인 바른의 구성원 변호사로 소비자를 대신해 다수의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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