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기업이 돈을 잘 벌면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입력 2018-08-02 10:37수정 2018-08-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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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최근 모처에서 토론 중에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돈 잘 버는 것하고 국민의 삶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일부 주주들만 돈을 벌 뿐, 우리네 삶과 별 상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조금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는 것은 국민 모두에게 큰 득이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기업들이 돈을 잘 벌면 고용이 증가한다. 7월 27일 SK하이닉스는 “급증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기도 이천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짓는 공장은 5만3000㎡ 규모로 약 3조5000억 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참고로 2017년의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를 보면, 현재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의 수는 2만3000여 명이며 평균 연봉은 85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의 대대적인 설비투자는 SK하이닉스의 고용 규모를 늘리는 것은 물론, 경기도 이천을 비롯한 주변 지역에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익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 회사의 고용이 무조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SK하이닉스처럼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의 투자와 고용이 늘어날 가능성은 한층 더 커지지 않을까?

기업실적 개선의 혜택은 고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2017년 한 해 동안 삼성전자는 14조 원 이상의 법인세를 납부했다.(이하 ‘연결기준’) 참고로 2016년의 법인세는 8조 원에도 미치지 못했으니, 삼성전자 한 회사의 세금 납부만으로도 세수가 6조 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 결과, 2018년 1~5월 누적 국세 수입은 140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3조8000억 원)보다 16조9000억 원이나 늘었다. 특히 정부 목표 대비 실제 거둬들인 세수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진도율은 52.5%를 기록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세수 진도율(49.3%)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렇게 정부 재정이 두둑해지면, 정부의 재정정책 여력이 높아진다. 최근 발표된 6월 고용통계를 보면, 전체 근로자의 50.8%를 차지하는 상용근로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만5000명이나 늘어난 반면 임시직 및 일용직 근로자 고용은 각각 13만 명과 11만7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기업들이 만들어 내는 일자리는 충분하지만, 내수경기가 부진한 탓에 신분이 불안정한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재정 여건이 취약하다면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어려울 수 있지만, 지금처럼 건전한 재정 수준에서는 대규모 추경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 생각된다.

기업실적이 개선될 때 나타나는 또 다른 효과는 바로 금융기관의 체력 개선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년 5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0.6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4년 전이었던 2014년 5월 말에는 연체율이 0.98%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한국 은행들의 대출이 매우 견실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은행의 연체율이 급격히 떨어진 이유는 바로 기업대출의 건전성이 개선되었기 때문인데, 2014년 5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32%에 달했지만 2018년에는 0.69%로 떨어졌다.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떨어지면 은행의 재무구조도 개선된다. 2018년 3월 말 현재 한국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5.34%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4년 말의 14.00%에 비해 1.34%포인트나 개선된 것이다. 자기자본 비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극단적 경기침체가 찾아와도 정부 도움 없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 참고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이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한 이유는 파산한 대형 은행 하나 없을 정도로 금융시스템이 건실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기업실적 개선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가 많지만, 지면이 협소한 관계로 이 정도에서 마무리할까 한다. 시장경제에서 불평등을 해소하거나 혹은 완화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돈을 만들어 내는 것은 기업들이며, 특히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은 이익 대부분을 해외에서 창출한다는 것 또한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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