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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풍으로 바뀐 재건축 시장 기류
입력 2018-07-30 06:00
종부세 안도에다 여의도 수변도시 개발계획이 불 지펴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꽁꽁 얼어붙었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매기(買氣)가 돌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거래가 거의 끊겼고 가격도 떨어지는 분위기였다. 일부 아파트는 시세보다 1억~2억 원가량 싼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그랬던 재건축 시장 분위기 사뭇 달라졌다. 살인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는 매수자들의 발길이 잦다.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 얘기다.

“지난 5월 서초구청이 예상한 반포 현대아파트 재건축 부담금이 너무 많다는 얘기나 나온 이후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부담금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말이 나돌면서 조합원들의 동요도 심했다. 재건축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상황이 나빠지자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격을 낮춰도 집이 안 팔리자 2억 정도 떨어지기도 했다.

이대로 주저앉는 것 아닌가 걱정했으나 종합부동산세 개편 안 발표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세금 부담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급매물을 구입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런데 웬걸 여기저기서 매수자가 나타나자 집 주인의 마음이 바뀌었다. 가격이 오른다고 하니 좀 기다려보자는 태도다.

이제는 싼 급매물은 거의 사라졌다. 집주인이 회수해서 그렇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분위기가 변한 것은 사실이다.”

깊은 동면(冬眠)에 들 것으로 예상됐던 재건축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시세보다 싼 매물을 찾는 매수자는 늘었으나 정상가대로 사려는 이는 별로 없다. 시세는 좀 올랐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이달 둘째 주(13일)까지 하락세를 보였으나 셋째 주(20일)에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0.01% 상승했다. 마지막 주 조사에서는 상승 폭이 커져 0.07%를 기록했다. 아마 그동안 떨어졌던 가격이 회복되면서 상승 폭이 가팔라진 것 아닌가 싶다.

오름폭은 커졌으나 아직은 상승률이 낮은 편이다. 가격이 싼 일부 급매물이 사라진데 따른 영향일 뿐 가격이 팍팍 오르는 상황은 아니다.

앞으로 더 지켜볼 일이지만 몇 년간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은 적다.

재건축 관련 규제가 심하고 전반적인 경기 흐름으로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를 비롯해 각종 정책이 주택 구매 수요를 억제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예전 같은 호황은 어렵지 않겠는가.

물론 변수는 있다.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통합개발 프로젝트가 같은 것 말이다.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수변도시 조성 발언으로 관련 지역 아파트값은 상승 무드다. 싸늘했던 지역에 훈풍이 몰아치는 양상이다.

이 여파는 압구정· 반포지구와 같은 통합개발 권장 지역에도 파급될 게 뻔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고품질의 최신식 주거 단지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도 가격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일반 주택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모양새가 확산하면 주택 시장 전반이 달아올라 정부의 가격 안정화 정책을 공염불로 만들지 모른다.

주택시장 구조가 묘하게 얽혀있어서 그렇다. 집값에 영향을 주는 개발을 금지하면 몰라도 이곳저곳에서 관련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한 주택 가격 상승을 막기 힘들다.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사업이 얼마나 많은가. 강남 지하 도시· 잠실 마이스 단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여의도 수변도시· 용산권 개발· 서울역 주변 프로젝트 등 수없이 많다. 게다가 위례 ~신사 선과 같은 지하철 신설 및 확장 사업을 비롯한 크고 작은 부동산 개발사업도 적지 않다. 아파트 재건축까지 치면 엄청나다.

주택시장 차원에서 보면 다 호재들이다.

이런 판에 주택시장 안정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렇다고 개발을 완전히 봉쇄할 수도 없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심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처지인 듯싶다.

아무리 규제를 강화해도 일시적으로 약발이 먹힐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가격 상승을 막기 어렵다. 인건비·자재 가격·땅값 등은 계속 높아지기 때문이다. 원자재와 비용이 많이 들면 완성품인 주택도 비쌀 수밖에 없다.

물론 거제도와 군산처럼 주택 수요기반이 되는 주요 산업이 붕괴되면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도시나 인구 감소 지역이 아닌 한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은 집값이 올라가게 된다는 얘기다.

단기간에 벌어지는 주택시장 동향에 너무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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