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CEO 블랭크페인 떠나보내는 골드만삭스, ‘솔로몬의 지혜’ 통할까

입력 2018-07-18 01:25수정 2018-07-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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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떠나는 걸 상상하는 건 늘 힘들었다. 상황이 안 좋으면 떠날 수 없고, 상황이 나아지면 떠나길 원치 않게 마련이다. 나는 골드만삭스에서 떠나길 원치 않지만 내 복잡한 논리로,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

미국 월가의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였던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63) CEO가 12년 만에 왕좌에서 물러난다. 블랭크페인은 16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공식 사의를 표명했다. 퇴임 시기를 둘러싸고 오랜 고민이 묻어난 글이었다. 후임은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운영책임자(COO, 56). 월가의 유수의 은행을 거쳐 20년간 골드만삭스에 몸담으며 능력을 인정받은 실력자다.

이번 인사는 월가의 세대 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자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골드만삭스의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는 트레이딩으로 지금의 명성을 쌓아올렸지만 최근 몇 년간 과거의 수익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에 수장 교체로 새로운 사업 모델 구축에 도전키로 한 것이다.

솔로몬의 CEO 취임은 10월 1일로 예정됐다. 블랭크페인은 CEO 퇴임 후에도 연말까지 이사회 의장(회장)으로 회사에 남아 임기를 다한 후 은퇴할 계획이다. 블랭크페인은 이날 발표문에서 "골드만은 새로운 성장 단계로의 전환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랭크페인은 2006년 골드만삭스의 CEO로 취임해 재직 기간이 12년에 이른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 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와 함께 2008년 발발한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지금까지 경영의 선두에 서온 몇 안되는 미국 금융권 경영자 중 한 명이다. 블랭크페인과 달리 다이먼은 아직 건재하다. 그는 1 월 한 인터뷰에서 "향후 5년간은 현직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회의에서는 "미국 은행은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JP모건의 성장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솔로몬은 금융위기의 원흉이었던 베어스턴스 등을 거쳐 1999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그러다가 2016년에 공동 COO로 승진하면서 블랭크페인의 유력한 후계자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골드만삭스의 핵심인 투자은행 부문에서 오래 근무한데다 굵직한 대형 기업 인수•합병(M&A)을 뒤에서 떠받쳐준 덕에 투자은행 부문은 세계 M&A 자문에서 지금도 점유율 1위다.

미국 금융기관을 둘러싼 경쟁 환경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일단 회사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트레이딩 부문은 금융 규제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떨어졌다. 골드만삭스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순수입에서 차지하는 트레이딩 비중은 2006년 68%. 2017년에는 ‘법인 고객 서비스 '로 표기된 부문이 트레이딩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순수입의 37%에 불과하다.

한편, 정보기술 (IT)과 금융의 융합 분야인 핀테크에서는 신흥 세력이 대두되며 금융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블랭크페인도 핀테크를 활용한 가계대출 사업을 시작하는 등 새로운 수익 기반 구축을 진행했다. 그에게서 배턴을 이어받은 솔로몬이 골드만삭스의 성장 전략을 가속화시킬 계획이다.

골드만삭스가 17일 발표한 2018년 4~6월 실적에서는 순이익이 25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40% 늘었다. 세계적으로 M&A가 활발해 기업에 관련 자문을 해주는 투자은행 부문이 호조를 보였다. 트레이딩 부문의 순수입은 전년 동기에 비해 보합세였다.

투자은행 부문 수입은 2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대형 M&A 건수가 증가, M&A 총액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M&A 자문 순위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고객의 수수료 수입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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