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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딜레마…러시아, ‘불가근 불가원’의 존재
입력 2018-07-12 15:54
트럼프의 친러 태도와 EU 입장 불일치…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제재와 모순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대화하고 있다. 브뤼셀/AP연합뉴스
21세기에도 러시아는 유럽의 이단아다. 냉전이 끝나고 민주주의를 표방한 지 30년, 러시아는 유럽적 가치를 내재화하지 않았고 그런 러시아를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여전히 경계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심리적·실제적 거리를 보여주는 강력한 표식이다.

유럽에 러시아는 가까이하기에는 정치·문화적으로 상충하는 부분이 많고, 멀리하자니 상호보완적인 기능이 눈에 밟히는 존재다. 현재 EU는 공식적으로 러시아의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비난하고 금융과 방산 분야 등을 중심으로 경제 제재를 가하는 중이다. 러시아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세를 낮추지 않자 EU는 지난달 18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제재를 1년 연장하겠다고도 발표했다.

EU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정치·경제적으로 러시아를 마냥 내치고 거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러시아 전선의 리더 격인 미국이 EU는 때리고 러시아에는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부터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EU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난하는 동시에 러시아로부터 가스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독일에 “러시아의 포로”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고는 “푸틴은 좋다. 그는 좋은 사람”이라며 정반대 온도를 보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16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인데, 미국 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EU 국가들은 이 자리에서 푸틴이 나토의 유럽 군사 훈련 중단, 유럽 내 미군 감축,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 중단을 요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 중 일부를 받아들이거나 타협적 자세를 보일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지켜보자”고 모호하게 답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문제가 되자 백악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EU 내부에서도 러시아를 두고 국가 간 입장이 엇갈린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체코 등 극우 정당이 득세한 국가들에서는 이번 러시아 제재 연장 성명과 관련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탈리아의 오성운동·동맹 연합은 3월 총선 유세 때부터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영국에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독살 시도가 일어나자 서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대사를 추방한 것과 달리 오스트리아는 동참하지 않았다.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도 노골적으로 친러 행보를 보인다.

그렇다면 서유럽 국가라도 설득해 러시아에 강경하게 나갈 수 있나를 보면 그것도 아니다. CNN머니에 따르면 서유럽, 특히 EU 내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러시아산 가스에 얽매여 있다. 러시아산 가스가 월등히 싸기 때문에 경제성 부분에 있어 포기하기 어렵다. EU는 천연가스의 69%를 수입하는데, 그중 37%가 러시아산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EU는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했으나 지난 2년간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수출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유럽이 러시아에 돈을 퍼주고 있는데 나토가 대체 뭔 소용이냐”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독일·프랑스는 현재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러시아 가스관을 발트해로 돌려 서유럽으로 직접 연결되도록 하는 ‘노르드스트림2’ 프로젝트도 거론하고 있다. 타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유인 중 하나가 가스관 통로 점거란 점을 상기하면, 독일·프랑스의 행동이 모순됐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이러한 배경을 봤을 때 유럽 국가들은 EU라는 공동의 이름 아래 러시아와의 관계를 설정하기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나토를 깨면 EU 결속 자체가 흔들리고 군사적으로 적대적 관계인 러시아를 견제할 힘도 떨어진다. 그렇다면 미국이 나토를 흔들지 않도록 방위비 분담을 늘려야 한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도 느낀다. 그러나 회원국 간에 셈법이 달라 합일점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

EU는 우선 16일 미·러 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대화도 가능하다는 뜻을 비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날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리는 크림반도 병합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그것이 러시아의 고립과 러시아와의 대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우리의 이웃이고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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