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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법률-상속] 생전 증여와 증여세, 그리고 증여 시점
입력 2018-07-12 10:49   수정 2018-10-25 13:15

생전 증여는 기업승계 등 상속 분야에서 가장 경제적인 상속 준비 수단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증여 시점을 통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세율(10%~50%)이 같지만, 가치가 변동되는 재산(부동산, 주식 등)을 전제로 하면 생전 증여는 부의 이전에 따른 세금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 이유는 상속 시점(피상속인의 사망)은 임의로 정할 수 없지만, 증여는 증여자가 임의로 시점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도의 성장기를 겪던 과거에는 한시라도 일찍 생전 증여를 하는 것이 세금 면에서 유리했고, 실제 그러한 전략으로 기업승계를 마무리한 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고도의 성장기가 사실상 끝난 현재와 같은 경제 환경에서는 증여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등으로 자산가치가 폭락할 때 증여를 하면 증여세는 하락한 가치를 기준으로 계산되어 증여세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 기업 창업자는 외환위기 당시 경영권과 관련한 주식을 후계자인 아들에게 전격적으로 증여했고, 후계자는 폭락한 주가를 기준으로 주식 가치를 산정해 증여세를 냈다. 이후 창업자가 사망하여 상속이 이루어질 당시에는 해당 주가가 증여 당시 대비 10배 가까이 올랐다. 만약 생전증여가 없었다면 후계자인 아들은 상속이 이루어질 당시의 주가를 기준으로 증여세 대비 10배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창업자는 생전증여를 통해 상속 대비 10분의 1 이하의 증여세만 내고 후계자에게 기업을 물려준 셈이다.

더구나 경영권 관련 주식은 상속세 산출 목적상 최대 30%까지 할증해 평가가 이루어지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속세를 현금 대신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 등으로 내는 물납의 경우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생전 증여 대책이 없었다면 후계자는 사실상 50% 이상의 상속세를 부담했을 것이기에 위 사례는 상당히 성공적인 승계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생전 증여는 사실상 유류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뜻에 상관없이 상속인에게 일정한 상속권(배우자와 자녀의 경우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 1977년 도입되어 1979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유류분 제도상 생전 증여는 원칙적으로 유류분 반환 대상에 포함된다. 특이한 점은 상속인에 대한 생전 증여는 그 증여 시기에 상관없이 유류분 반환대상에 포함되지만, 상속인을 제외한 자에 대한 생전 증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상속개시 전 1년 이내에 행해진 증여만 유류분 반환대상에 포함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이유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손자, 손녀는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에 손자, 손녀에게 생전 증여한 재산은 유류분 반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손자, 손녀에 대한 생전 증여는 유류분권을 두고 불거지는 분쟁을 막는 나름의 대안이 되는 것이다. 다만 손자와 손녀에 대한 생전 증여는 세대를 생략한 증여로 30% 할증된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이러한 생전 증여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증여재산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를 가정하면, 생전 증여는 쓸데없이 막대한 세금을 미리 내는 꼴이 되므로 경제적인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또 어린 자녀에게 거대한 재산을 생전 증여할 경우 자녀를 망칠 수 있다는 전통적인 사고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필자가 적지 않게 경험하고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생전 증여가 자녀와 부모 사이에 미치는 영향도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부모가 생전 증여로 자식에게 재산을 넘겨주고 나면 자녀는 더 이상 부모의 눈치를 봐야 할 이유가 없어져 극단적으로 부모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세금을 아낄 수 있는 등 장점에도 불구하고 생전 증여를 두려워하는 실질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자녀에게 증여하되 생전에는 부모가 그 재산에 대한 수익을 누리는 유언대용신탁, 일정한 조건 성취 시 부모가 자녀에 대한 생전 증여를 취소할 수 있는 조건부 증여 등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또 실제 그러한 유사한 조건부 증여가 이루어진 사례들이 점진적으로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은 조세 상의 문제점, 정확히 말하면 불확실성(증여를 취소하고 해당 재산을 재취득할 경우 새로운 증여로 간주될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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