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보다 더 싼 요금제’ 공습...정부 보편요금제 유명무실?

입력 2018-07-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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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업체들 저가 요금제 줄줄이 출시...SK텔레콤도 요금제 개편 임박

월 2만 원대 보편요금제(데이터 1GB, 음성 200분) 도입을 앞두고 통신사들이 더 저렴한 요금제를 쏟아내면서 정부가 머쓱한 상황에 놓였다. 저가 요금제 확대라는 보편요금제 도입 취지에 맞춰 기본요금을 더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번 주중 신규요금제 인가를 마무리하고 이달 중 관련 요금제를 출시한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과기부와 막바지 협의 중이고 조만간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앞서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출시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와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를 모두 포괄하는 요금제 개편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 경쟁사와 달리 요금제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요금제 개편이 경쟁사에 비해 늦어졌다.

관건은 정부가 추진 중인 2만 원대 보편요금제 보다 저렴한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냐는 것인데, 업계에서는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놓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시카고 동문 행사 ‘시카고 포럼’에서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 고객 대부분이 자신의 요금제에 대해 과도한 지출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이 저렴하게 쓸 수 있는 요금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요금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요금제 개편을 한 KT는 ‘LTE 베이직’ 요금제(월 3만3000원)에 데이터 1GB를 제공한다. 선택약정할인을 받게 되면 2만4750원이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2만원대 음성 100분, 월 1GB) 수준이다.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이 보편요금제와 유사한 저가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관련 요금제를 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알뜰폰 업체들은 이미 보편요금제보다 가성비 높은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지난 4일 알뜰폰사업자 에넥스텔레콤이 월 9900원으로 음성, 문자, LTE 데이터가 모두 제공되는 LG유플러스망 ‘LTE99’ 요금제를 출시했다.

에넥스텔레콤의 LTE 99 요금제는 통신 이용자의 평균 사용량에 맞춘 제공량으로 구성돼 음성 100분, 문자 50건, 데이터 2GB를 제공한다. 보편요금제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50% 이상 저렴하다. 이 요금제는 오는 10월 2일까지 3개월 동안 진행된다.

다른 알뜰폰 업체들도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우체국 알뜰폰 판매사업자인 큰사람은 월 1만4850원에 음성 200분·문자 100건·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이야기 보편 1GB’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요금은 보편요금제보다 25% 이상 저렴하다.

큰사람은 이 외에 월 3990원에 음성 40분·문자 10건으로 데이터 차단이 가능한 ‘안심 무약정3’, 월 9900원에 음성 60분·문자 60건·데이터700MB(메가바이트)를 제공하는 ‘안심 무약정2+700MB’ 요금제도 공개했다.

앞서 KT 알뜰폰 계열사인 KT엠모바일도 보편요금제 제공 기준을 충족하면서 요금은 2만 원대 이하인 ‘국민통신요금제’를 선보였다. 이 요금제는 월 1만7490원에 데이터 1.5GB·음성 100분·문자 100건을 제공하는 ‘실용 유심 1.7 요금제’다.

지난달에는 월 7700원 평생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해 월 979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계열 알뜰폰업체 미디어로그도 GS25와 함께 월 1만7500에 데이터 6GB·음성 100분·문자 100건의 유심 요금제를 출시 한 바 있다.

보편요금제는 이통 3사 기준 3만 원대에 제공되는 기본 데이터 1GB, 음성통화 200분을 2만 원대 요금(약정할인 25% 제외한 금액)에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기본요금 폐지가 공약 실행이 어려워지자 현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 카드를 대신 꺼낸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10~11월 법안심사 때 보편요금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가 보편요금제를 겨냥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입법화 작업은 추진력을 잃게 될 공산이 크다. 때문에 최근 보편요금제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과기정통부 내부에선 2만 원대 보편요금제의 가격을 더 낮추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인가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요금제 개편에 대해 논의하면서 다양한 방안들을 구상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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