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숙박업 활성화하려다 애꿎은 지방·1주택 민박만 잡을라

입력 2018-07-10 16:45수정 2018-07-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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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 역할 톡톡히 보는 지방은 오히려 위축…대형 숙박업소, 기간규제 없는 국가전략특구, 편법가능한 다주택 사업자만 이득 볼 수 있어

▲일본 도쿄시에 위치한 민박집. 사진제공=에어비앤비
숙박업을 장려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부푼 꿈과는 달리 해외 관광객들은 일본 여행에 매력을 덜 느끼게 될지 모르겠다. 일본 지방 구석구석을 탐방하던 여행자들이 이제 시골에서 하룻밤 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5일 민박·숙박업을 제도적으로 장려하겠다며 주택숙박사업법(민박법)을 시행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일본으로 몰려들 관광객들을 수용할 시설을 늘리고 인구감소로 인해 폭증한 빈집을 활용할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민박법이 오히려 규제로 작용해 관광객 유치의 부익부 빈익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박법이 시행된 지 약 한 달,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현지시간) 정부가 법으로 지정한 ‘국가전략특구(규제를 특별히 완화한 지역)’와 비특구 지역 간에 생길 수 있는 불평등을 지적했다.

민박은 도심에도 있지만, 특히 호텔과 콘도 등 대형 숙박업소가 들어서지 않은 지방에는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주요하고도 거의 유일한 이점이다. 그런데 민박법에 따르면 특구로 지정된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민박사업등록자는 연 180일 이상 임대할 수 없다. 특구는 주로 기존에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도쿄의 하네다 공항 근처 오타구 지역 등이다. 전국의 여타 지역은 180일 규제에 더해 지역별 개별 조례에 따라 제한이 강화될 수도 있다.

이럴수록 관광객들이 지방 곳곳으로 여행을 갈 유인이 줄어든다. 실제로 민박 이용 경험이 있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5%가 ‘지자체마다 다른 영업 일수를 여행자가 알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특구로 지정돼 수익성이 기대되는 곳에만 기업과 투자자가 몰려 지역별 편차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동일하게 180일 규제가 적용된다고 해도 다주택 사업자의 경우 각각 다른 사이트에 주택을 나눠 등록하고 임대할 경우 제한 일수를 초과해도 추적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재팬타임스는 이 점을 들어 결국 비특구 지역의 1주택 사업자들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민박법이 시행된 이후 기존에 민박업소를 운영하던 사람들은 다양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신청과 접수 절차가 복잡해 등록을 포기하고 사업을 접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새 민박법에 따라 사업신고를 하려고 해도 무허가 영업을 한 전적이 있다며 불허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홋카이도처럼 집값이 저렴하고 날씨에 따른 관광객 수 변동이 일정한 지역은 180일 제한에도 큰 무리가 없지만, 그 밖의 지역은 남는 기간에 월세를 내놓아도 민박업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훨씬 떨어져 부담이다. 이러한 규제에 숙박공유업의 대표주자 에어비앤비는 6월 초 일본에서 예약 4만 건이 취소되고 등록임대업자 10%가 떨어져 나갔다.

한편으로는 지금껏 비거주자가 집만 사놓고 세금도 내지 않은 채 임대업을 해온 관행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판단도 일리가 있다. 오사카시 내 에어비앤비 소유자의 3분의 2가 외국인 비거주자였다는 사실이 문제의식을 뒷받침한다. 또 무허가 민박은 투숙객의 신원이나 연락처를 당국에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가 일어나도 관리 밖에 있어 통제가 힘들다. 일본 정부는 현재는 신고 건수가 저조하지만, 전국으로 확산하면 오히려 음지의 숙박 산업을 양성화해 민박 시장 규모가 2020년 1조 엔 규모로, 2016년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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