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식품기업 오리온, 전문경영체제로 잇따른 잡음 지워낼까

입력 2018-07-06 15:51수정 2018-07-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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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이 신사업을 통한 성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 오너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전문경영인을 자리에 세운 뒤 연이은 잡음으로 기업 이미지에 발목을 잡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 간편 대용식 브랜드 ‘마켓오 네이처’를 론칭했다. 론칭 행사에 참석한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마켓오 네이처는 제과를 넘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는 오리온의 신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간편 대용식 브랜드 론칭은 오리온이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기획한 4가지 신사업 중 하나다. 2014년 전문경영인으로는 처음으로 오리온 부회장 자리에 오른 허 부회장은 프리미엄 디저트와 간편 대용식, 음료, 건강기능식품 등 4대 신사업 전략을 구상하며 초코파이로 대변되는 제과사업에 머물던 오리온에 다양한 사업을 주문했다.

2016년 제주용암수 인수를 비롯해 2017년 미국 건강기능식품 업체와의 독점 판권 계약, 디저트 매장인 초코파이 하우스 오픈 등 허 부회장의 다양한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허 부회장의 지휘 하에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인 오리온은 실적에서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허 부회장이 부임한 2014년 2489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6년 3262억 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1643억 원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이미 930억 원을 기록하며 1년만에 다시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삼성, 신세계 등에서 재무통으로서 실력을 인정받은 허 부회장을 지금의 자리에 앉힌 것은 담철곤 회장이었다. 그러나 담 회장은 이러한 성과보다 여러 소송 건으로 업계에서 회자돼 오곤 했다. 담 회장은 2011년 300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이후로 줄곧 횡령과 비리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4월엔 오리온의 전 임직원들이 나서 담 회장의 그림 및 가구 횡령 등 비리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그들은 “우리는 오리온그룹의 발전에 청춘과 정열을 다 바쳤고 그룹의 발전이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며 “오늘날 악의 소굴과 회장의 탐욕의 도구가 된 그룹의 현실과 답답한 미래를 참을 수 없어서 피 끓는 분노와 참담한 심정으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7월 불기소 처분된 증여세 포탈 혐의 관련 고소 건에 대해서도 올 초 서울고검이 재수사 명령을 내린 상태다. 그밖에 부인 이화경 부회장 역시 지난해 미술품 횡령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오너가의 잡음은 계속됐다.

현재 국내엔 오리온 외에도 전문경영인을 세워 기업 가치를 키워 나가는 기업들이 상당수다. 식품업계에선 하림과 풀무원이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련의 오너 리스크로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는 일시적”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오너가 전문경영인 못지 않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기업도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리온의 경우 과거 임직원들이 직접 나서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등 오너에 대한 신뢰가 낮아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리온 관계자는 “담 회장도 함께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허 부회장과 비교하는 것은 아닌 거 같다”며 “(4대 신사업 등) 모든 결정은 같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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