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도로 위로 뛰어든 레이싱 머신

입력 2018-07-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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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차 고성능 서브 브랜드, 메르세데스 AMG · BMW M

▲메르세데스-AMG GT. (사진제공=MBK)

고성능차 개발은 기계적 한계점을 뛰어넘기 위한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됐다. 단순한 이동수단으로서의 자동차가 아닌, 이상적인 가치를 대변하기도 한다. 그렇게 ‘모터스포츠’가 탄생했고 여기에서 쌓아온 고성능 노하우는 완성차 메이커의 기술 개발과 안전성 강화를 주도했다.

그러나 고성능 자동차의 개발은 2000년대 들어 주춤했다. 2008년 리먼쇼크를 정점으로 점진적으로 설자리도 잃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잘 달리되 기름을 많이 먹는, 게다가 배기량까지 높아 연비까지 나쁜 차는 ‘퇴출’ 대상이었다.

결국 비싼 기름값은 자동차 업계의 배기량 낮추기 작업, 이른바 ‘다운사이징’을 불러왔다. 자연스레 고성능 버전 역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상황이 반전을 맞은 건 역시 유가 하락이었다. 리튬 배터리와 셰일가스 등 대체 에너지가 속속 등장하자 산유국들은 화들짝 놀랐다. 값비싼 기름값에 배를 두둑하게 불렸던 이들은 수요가 감소하자 서둘러 기름값을 내렸다. 그러나 때는 늦어버렸다,

이 현상을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가 가만둘리 없다. 재빠르게 고성능차 영역에 다시 뛰어들었다. 기름값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고출력 엔진을 얹은 고성능 버전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점진적으로 예전 판매 대수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모터스포츠 영역을 떠났던 완성차 메이커가 다시 서킷으로 복귀하기 시작한 것.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가 친환경과 고성능으로 뚜렷하게 양립(兩立)되면서 속속 고성능차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고성능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 AMG(위)와 BMW M이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두 브랜드는 지난해 한국에서 각각 3200여대와 750여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모터스포츠를 통해 갈고닦은 고성능 노하우 =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는 각각 이런 고성능 브랜드를 지니고 있다. 단순한 출력 경쟁이 아닌, 고속에서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서킷에서 다져진 기술력은 고스란히 양산차 개발로 이어졌다. 스포츠 드라이빙은 곧 안전한 운전과 필수적이고 불가결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빨리 멈출 수 있고, 위험 상황을 명민하게 회피할 수 있다는 장점을 함께 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마다 고성능 버전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볼보는 폴스타, 피아트 아바스, 혼다의 타입R 등이 양산 대중차 브랜드 가운데 대표적인 고성능 버전이다.

물론 이들 고성능 버전의 역사를 주도한 것은 독일 3대 프리미엄 브랜드다. 각각 모터스포츠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고스란히 양산차에 접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인 메르세데스-AMG다. 1967년 벤츠의 튜너에서 출발한 AMG는 다임러그룹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탄생 50주년을 맞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무려 13만2000대가 팔렸다. 한국에서도 3200여 대의 고성능 AMG가 팔리며 글로벌 톱10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AMG는 지난 반세기 동안 ‘1인 1엔진(one man - one engine)’ 철학을 지켜왔다. 1명의 엔지니어가 1대의 엔진을 조립하고 그 위에 자신의 서명판을 덧대는 룰을 지켰다. 최근 AMG 영역이 확대되며 룰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벤츠 위에 벤츠’를 지향하며 당당하게 고성능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세단은 물론 쿠페와 SUV, 로드스터까지 다양한 모델이 나오고 있다. 이제 메르세데스-벤츠의 단순한 고성능 버전이 아닌 메르세데스-AMG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델 GT가 추가되면서 존재의 당위성을 키우고 있다.

▲BMW M4 쿠페. (사진제공=BMW그룹코리아)

◇BMW M버전, 뼛속까지 스며든 고성능 DNA = BMW의 고성능 브랜드는 M이다. BMW의 모터스포츠 기술이 접목돼 고성능과 이에 걸맞은 주행 안정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작은 모든 자동차 회사가 고성능의 정점을 향해 달렸던 1970년대 초였다. 직렬 6기통 3.0 엔진을 바탕으로 한 BMW 3.0 CSL은 이듬해 내구 레이스인 투어링 경기를 휩쓸었다.

1980년 BMW M은 탄탄한 기술을 앞세워 고성능 자동차의 경연장 F1에 진출했다. 이후 7년 동안 모두 9번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시상대를 휩쓸었다. M은 슈퍼카에 버금가는 고성능을 지녔으되 이를 매일 탈 수 있는 ‘에브리데이 슈퍼카’를 지향한다.

우리나라에는 BMW그룹코리아가 수입차 시장 초창기인 1999년에 M5를 처음 들여왔다. M버전 판매량은 글로벌 10위권에 들고 아시아에선 중국과 일본 다음으로 많이 팔린다.

이러한 판매 성과를 기반으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와 인제 스피디움 등 국내 주요 트랙에서 강력한 퍼포먼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BMW M 트랙 데이 코리아’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메르세데스-AMG가 지난해 국내에 3000대 넘게 팔리는 사이 BMW의 M은 755대에 멈췄다. 수치만 따져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판정승. 그러나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BMW는 딱히 고성능 버전이 필요치 않아요. 브랜드 자체가 뼛속까지 고성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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