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증산 합의에도 국제유가 불확실성 여전…사우디·러시아, 최종 승리자로 남아

입력 2018-06-2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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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100만 배럴 증산 합의했으나 불확실성에 22일 국제유가 급등

▲2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석유수출기구(OPEC) 본부에서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이 OPEC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빈/AP연합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23일(현지시간) 총회에서 증산에 합의했다. 국제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산유랑 감산 시대가 끝이 났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회원국은 이틀간의 총회에서 다음 달 1일부터 석유 생산량을 하루에 100만 배럴 늘리기로 했다. 비OPEC 산유국을 대표하는 러시아는 이날 OPEC의 회의 결과에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OPEC 총회가 개막한 2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4.6% 급등한 배럴당 68.58달러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75.55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3.4% 올랐다.

회의에서 증산이 결정됐지만 전반적인 산유량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등 증산 규모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인식이 유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1월 산유국들은 일일 18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으며 실제 감산량은 합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날 증산에 합의한 일일 100만 배럴은 지난 감축을 상쇄하기에 부족한 규모다.

OPEC은 명목상으로 일일 100만 달러 증산을 승인했으나 실제 증가량은 이보다도 적을 전망이다. 모하메드 알 루미 오만 석유장관은 “실질적으로 약 6개월 동안 하루 60만~7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시장에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국내외 상황 탓에 증산이 어렵다. 베네수엘라는 산업이 붕괴하면서 석유생산 능력을 잃었고 이란은 미국의 제재 부활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다만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실질적인 분열 상태와 변동이 심한 지정학적 배경을 고려할 때 불투명한 합의는 신속한 협상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이번 합의를 호평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며 최종 승리자로 남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들은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반발에도 자신들의 뜻을 관철했다. 앞서 이란은 생산량 증가를 주장하는 국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행동한다고 주장하며 증산 합의에 반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증산 합의에 성공하면서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석유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앤-루이스 히틀 우드맥켄지 애널리스트는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사우디”라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OPEC이 실질적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압박을 넣었다. 텔레그레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생산량 증가를 촉구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FT는 사우디 관리들이 22일 유가가 상승했다는 사실에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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