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현대상선…영구채 조기상환에 부채비율 ‘빨간불’

입력 2018-05-2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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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발행액 30%인 3.6조…올해 조기상환 도래 일부 조기상환 기업, 부채비율 평균 3배 급증 예고

올해 대규모 영구채 조기상환이 예정된 가운데, 일부 기업은 상환 후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고됐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9일 금감원은 올해 영구채 조기상환 예정 기업 중 상환 이후 재무 구조가 크게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발행사 4곳을 지목했다.

이들 기업은 영구채 발행 전에도 부채 비율 300%를 초과한 곳이다. 금감원 발표 자료에는 이니셜로 표기되었으나, 지난해 부채 비율과 조기상환 예정액을 대조해본 결과, 대한항공(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 557%), 현대상선(302%), SK해운(2517%) 등으로 추정된다. 이들 기업은 업종 특성상 부채 비율이 높은 항공·해운사다.

금감원은 영구채 조기 상환 후 해당 기업의 부채 비율이 평균 3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 곳은 부채 비율이 7092%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영구채는 만기 없이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이다. 부채이지만 발행자의 명시적 상환 의무가 없다는 측면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상 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통상 만기가 30년 이상인 영구채는 발행사가 발행 5년 후 조기상환권(콜옵션)을 가진다. 영구채 조기상환 유도를 위해, 상환권 미행사에 대해서는 가산금리가 부과된다.

이처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다 보니 발행 당시에는 재무 구조가 양호해 보일 수 있다는 함정이 있다. 게다가 조기상환 시 대부분 필요한 자금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만큼, 발행 전보다 부채 비율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발행사의 경우 조기상환 시 재무 구조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발행사가 차환 자금을 회사채가 아닌 영구채로 조달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재무 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소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구채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조기상환 되지 않는 경우에는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대부분 사모 발행이어서 공시정보를 찾기 어렵고 일반 채권자보다 후순위 조건이어서 발행사가 파산하면 투자금 회수도 곤란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에 따르면 2018년 조기상환 시점이 도래한 영구채 규모는 전년보다 1조3000억 원 급증한 3조6275억 원이다. 이는 전체 발행액의 30.2%에 해당되는 규모다. 영구채 발행이 시작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4개 기업이 발행한 영구채 전체 규모는 약 12조 원이다. 이 중 국내 발행액은 9조7541억 원, 해외는 2조2623억 원 규모다. 국내는 모두 사모 발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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