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ㆍ검찰 女 직원 10명 중 6명 성폭력 경험"

입력 2018-05-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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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 "성희롱 등 고충처리 시스템 전면 개편" 권고

▲17일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장이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성 검사와 수사관ㆍ실무관, 각 지역 교도소 등 법무ㆍ검찰 내 여성구성원 10명 중 6명이 성희롱·성범죄 등 성적 침해행위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피해 여성들을 위한 고충처리 시스템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는 17일 서초동 고등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무ㆍ검찰 내 여성구성원 8194명 중 7407명(90.4%)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범죄 대책위에 따르면 법무·검찰내 성희롱·성범죄 등의 발생율은 61.6%로 집계됐다. 임용 후 3년 이하 직원의 경우 42.5%가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여성들은 그러나 현재 마련된 고충처리 절차를 이용하는데 매우 소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권인숙 위원장은 "법무·검찰 내 259개 기관에 설치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의 2011~2017년 회의는 전체를 통틀어 세 번 열렸다"며 "같은 기간 성희롱 고충사건 처리 건수도 18건에 불과하는 등 현재의 성희롱 고충처리 시스템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장은 이에 따라 법무 · 검찰내 성희롱 사건의 고충 처리 절차와 담당 기구 등 시스템 전반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서지현 검사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 계기로 성범죄 대책위가 출범한 후 네 번째 권고이다.

성범죄 대책위는 우선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전문화된 담당기구를 설치해 법무와 산하기관에서 발생한 모든 성폭력 사건을 일원화해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담당기구 내 고충처리 담당관을 선임해 피해 여성이 소속 기관의 결재를 거치지 않고 바로 피해 사실을 보고 받아 이후 절차 지휘를 의무화할 것을 권고했다.

권 위원장은 "전문화된 담당기구와 담당관은 각 기관 담당자를 위한 상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의 성희롱 등 고충사건 대응 매뉴얼과 전문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며 "매뉴얼에는 사건의 접수 단계부터 징계·처벌 이후까지 구체적인 피해자 보호와 비밀 보장 방법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희롱 등 고충사건에 대한 수위별 처리 매뉴얼을 마련해 경미한 성적 침해행위는 가해자의 사과, 행동 수정, 중단으로 사건을 공식적으로 종결할 수 있는 처분 기능을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범죄 대책위는 또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권고한 '성평등위원회'에서 성희롱 등 여부의 판단과 가해자에 대한 형사절차 및 징계요구, 소속기관에 대한 재발방지대책 수립 권고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권고했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성희롱 등 고충사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최소화하고, 위반 시 엄정한 징계조치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더불어 피해자와 조력자(희망할 경우)의 신상과 소속, 직위 등을 익명화해 성희롱 등 고충사건 처리 과정에서 신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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