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에 ‘개혁 성향’ 윤석헌 내정…삼바 분식회계 블랙홀

입력 2018-05-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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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내정자가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12월 20일 최종 권고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가 4일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의 본질이 '재벌 금융개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김기식 전 원장에 이어 금감원장 자리에 금융권과 '유착'되지 않은 민간인 출신을 다시 진입시키는 등 현 정부의 금융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다시 확인된 것이다. 국내 재벌 대부분이 금융사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개혁은 결국 재벌 지배구조 전체에 파급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윤 내정자의 역할에 따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금융과 재벌 고리에 대한 개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현안도 윤 내정자의 판단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회계 사기’로 보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의 분위기는 다르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발표를 몰랐을 뿐 아니라, 감리위원회 일정을 뒤로 미루려 하고 있다. 금감원은 10일 감리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안건을 다루려 하지만 금융위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31일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청와대가 윤 내정자의 임명을 서두르는 것 역시 관료사회의 정체성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내정자의 개혁 성향은 그가 지난해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맡을 때도 여실히 나타났다. 그는 금융위의 반대에도 이건희 차명계좌 안건을 최종 권고안에 포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절차상 문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연장 중단, 키코(KIKO) 문제 모두를 권고안에 포함했다. 당시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 등이 혁신위 권고 수위를 낮추거나 일부 안은 제외하려 했지만 윤 내정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선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가 금감원장 자리는 관료에게 맡기지 않을 것이 확고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최흥식, 김기식 전 원장과 윤 내정자는 각각 업계, 시민단체, 학계 출신이다. 첫 금융위원장 인선은 행정관료의 반발을 고려, 재무부·재정경제원을 거친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임명했다. 그러나 금감원만큼은 개혁 기치 유지를 위해 윤 내정자 그다음 역시 민간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융 분야에 주목했던 학계는 윤 내정자를 지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윤 교수는 금융 분야 전체에 대한 폭넓은 식견을 갖췄을 뿐 아니라 개혁 의지도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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