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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사다리’ 끊긴 중소·중견 기업들 “살 길은 자동화뿐”
입력 2018-04-17 10:31   수정 2018-04-17 13:54
제조업, 근로단축 시행 ‘발등에 불’ 떨어졌지만 ‘인건비·구인난’ 허덕...정부 ‘일자리 창출’ 노력 無色 ‘장비 증설’에 치중…보완책 마련 절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중소·중견기업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며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워라밸’과 ‘고용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당장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에 일자리를 늘릴 수 없는 중소·중견기업들은 추가 고용보다는 자동화 등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설비 투자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고 있는 정부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7월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당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자금과 인력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은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인력 증원 등으로 선제 대응하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중견기업들은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직원 수 300인 이상인 제조 중견기업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루 8시간 근무제로 바뀌면 주야 12시간 2교대로 공장을 돌려야 하는 납품업체들은 3교대로 전환하기 위해 인력을 늘려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는 중견기업으로서는 청년들이 3D 업종을 기피하고 있는 현실에 일할 사람을 구할 길이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노조는 다른 수당 신설 등으로 줄어드는 임금을 보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자동차 엔진용 부품 제조업체의 한 임원은 “3교대를 해 오던 곳은 잔업만 줄이면 돼 문제가 없지만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합금·주조 생산라인을 갖고 있는 공장들은 멈추기도 힘들뿐더러 재가동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어 인력이 제대로 배치되지 못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 “급여가 줄어드는 직원들이 다른 업종으로 대량 이직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 유예기간을 연장하거나 중견기업도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곳은 결국 인원을 줄이지 않고 손해를 메우기 위해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200%의 상여금 전체를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의약품 공급 부족을 항상 경계해야 하는 제약 공장의 경우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15~20%의 생산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제약업체들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한정적 설비에 무작정 인력을 늘릴 수도 없어 대안으로 자동화 장비 증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제조 중소기업들도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위기를 공장 자동화와 첨단화, 전문인력 양성 등 자구책으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순황 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3일 경기도 시흥시 금형공업협동조합에서 기자들과 만나 “근로시간 단축은 한국 금형업계의 최대 장점인 납기일 준수에 치명적이지만 자동화를 실현하면 납기일을 더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덕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이사장도 표준화와 자동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소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려 해도 정부 지원 예산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이사장은 “정부가 기업당 5000만 원씩 주면서 스마트 공장화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실질적 도움이 되는 규모는 아니다”라면서 “기업에 실질적 돌파구가 될 수 있는 해결책을 고심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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