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과 무역 이어 환율전쟁도 시작하나

입력 2018-04-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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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 반기 환율보고서 앞두고 불안감 지속…무역 협상 하면서 환율 요긴한 무기로 써먹을 수 있어”

▲중국 안후이성 화베이의 한 은행에서 은행원이 위안화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중국과 무역에 이어 환율전쟁을 시도할 것이라는 우려가 최근 커지고 있다. 화베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잇따른 관세 부과 발표로 중국과의 무역전쟁 시동을 건 가운데 환율을 놓고 새로운 전쟁을 펼칠 것이라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벤저민 코헨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캠퍼스(UC샌타바버라) 교수는 4일(현지시간)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중국을 미국의 가장 큰 경제적 위협으로 보기 때문에 위안화 환율에 대해서도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지난달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중국은 미국에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수출하는 주요국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의 과잉생산은 미국 생산자들에 피해를 주면서 전 세계적으로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자체 생산량을 급격히 줄이도록 하려 한다.

더 나아가 미국 정부는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500억 달러(약 53조 원) 규모 대중국 관세 부과 방침을 표명했다.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망 등 첨단기술에 대해서도 중국기업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최근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미국 인터넷 인프라 시장 진출을 차단했다.

아직 트럼프 정부는 위안화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수출과 투자에 대해 경계의 칼날을 세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위안화를 목표로 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코헨 교수는 강조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무역 결제에 위안화가 더 널리 쓰이도록 규제를 완화했으며 홍콩 등 해외에 위안화 허브를 구축했다. 한국을 포함해 수십 개 외국 중앙은행과 통화 스와프 계약도 체결했다. 2015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위안화가 편입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트럼프 이전 미국 정부는 중국이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지만 비교적 수동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코헨 교수는 “더 나아가 버락 오바마 전 정부는 중국이 기존 국제 통화시스템에서 안정적인 이해 관계자가 되기를 원하면서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의 기존 베팅은 모두 끝났다. 코헨 교수는 “위안화는 여전히 기축통화 지위를 얻기에는 갈 길이 멀다”며 “트럼프는 위안화의 이런 취약점을 악용하는 방법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재무부의 이달 중순 반기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환율전쟁에 대한 긴장감이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환율조작국에 지정되려면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일 것 △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할 것 △ 외환시장에서 달러 순매수 규모가 GDP 대비 2%를 초과할 것 등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나 중국은 무역흑자만 해당된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직접적인 환율전쟁 선포와 마찬가지여서 아무리 트럼프라도 위험 부담이 크다. 또 미국 달러화당 중국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7% 오르고 올해도 약 3% 추가 상승해 명분이 더욱 없다.

그러나 코헨 교수는 “트럼프가 무역 협상을 하면서 환율을 요긴한 무기로 써먹을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중국이 트럼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 파트너와 거래하는 미국 기업의 결제에서 위안화 사용을 금지하거나 위안화 자산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등 새로운 장벽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의 협정을 포기할 각오가 된 해외 중앙은행에 대해 미국이 유리한 조건으로 통화 스와프 계약을 제공할 수도 있다.

환율전쟁도 무역전쟁과 마찬가지로 세계 경제에 재앙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최소한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해지고 해외 자금조달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코헨 교수는 “트럼프는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며 미국이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환율전쟁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을 고려할 것 같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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