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문재인 케어 강행땐 의료총파업”...“의약분업때와 차원 다를 것”

입력 2018-03-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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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의사협회장 당선인이 29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분명히 말해두고 싶은 일은 2000년의 의약분업 당시의 의료파업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부에 3개월의 시간을 줄 생각입니다. 정말 피하고 싶지만 마지막 수단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30일 이투데이와 만난 최대집(47)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자는 의료계 총파업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의료계의 트럼프’로 불리는 그인 만큼 의료파업 예고는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최 당선자는 “의사가 파업을 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면서도 “의료계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담은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놓고 10차례에 걸친 담판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심사기준 개선협의체’ 구성에 뜻을 모으는 등 일정부분의 합의가 도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 당선자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불통 정부”라며 ‘문재인 케어’를 맹비난했다.

다음은 최 당선자와의 일문 일답

▲여러 차례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고,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의 대화는 성과가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인가?

-건강보험 심사체계 개편 등 일부 합의된 사안들이 있고 의료계 의견이 반영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의 핵심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는 대전제에 관해서는 의료계의 생각이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 그간의 협상과정을 지켜본 결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청와대가 원하는 정책을 그대로 전달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었다. 정책추진 권한을 청와대가 갖고 있는 듯하다. 이 때문에 4~5차 협의 당시부터 이미 협상철수를 주장해왔다. 협상과 합의에 나설 의지도 권한도 없는 상대와 왜 계속 대화를 해야하는가.

▲‘문재인 케어’의 3대 핵심 사안인 선택진료비 폐지, 상급병실료 보장확대, 간호간병통합의료서비스 등에 관해서는 합의가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큰 쟁점은 타결된 셈 아닌가?

-아무 것도 합의된 적이 없다. 선택진료비의 경우 정부의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로 폐지된 상태일 뿐 의사들의 의견이 수용된 것은 전혀 없다. 선택진료비 해당 교수들은 특정분야에서 매우 전문적이고 난이도가 높은 진료를 행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진료비를 가산해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계속 피력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머지 두 사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결국 의료비 인하와 의료 복지 확대를 뜻한다. 그런데도 의사협회는 문재인 케어가 의료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케어는 무엇이 잘못 됐거나 혹은 잘못 알려진 것인가?

-기본적으로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크게 제약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기존 비급여 항목은 의사와 환자가 대화를 통해 합의해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모든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하면 매우 특수한 상황 외에는 비급여가 될 수 없다. 문제는 이 특수한 상황이 규정하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비급여로도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환자가 비용을 본인이 부담할테니 진료를 해달라고 애원해도 불법에 해당돼 그럴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발생한 면역항암제 오프라벨(허가외 처방)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벼운 질병이면 몰라도 중증질환 환자일 경우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일이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급여화시키되, 비급여화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환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쇠귀에 경 읽기였다.

*면역항암제 오프라벨(허가외 처방) 사건은 지난해 9월 면역 항암제인 ‘키트루다’와 ‘옵디보’의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되면서 지나치게 좁은 적응증 범위만을 허가해 많은 4기 암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 일을 말한다. 보건당국은 비소세포폐암 환자만 급여 대상으로 규정해 이들 이외의 환자들은 오프라벨에 해당하게 됐다. 이로 인해 위암과 유방암 환자들은 면역 항암제를 오프라벨로 처방받을 수밖에 없게 됐고, 병원들이 치료를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져 큰 반발과 혼란을 빚었다.

▲해당 환자들에게 매우 중대한 문제인 것은 맞지만 문재인 케어 자체를 보류하거나 폐기해야할 근본적인 이유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다.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와 의료복지 확대라는 방향성은 맞는 것 아닌가?

-그 방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면 의사들이 들고 일어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집단이기주의와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이 일 것을 우리라고 모를 리 없지 않는가? 그럼에도 전면적인 저항에 나서는 것은 문재인 케어로는 그 방향으로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방식을 밀어붙이면 건강보험 재정파탄을 피할 수 없다. 정부측은 30조 6000억 원을 이야기 하는데, 의료계는 최소 70조 원에서 최대 120조 원이 추가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이대로 간다면 현재 7% 수준인 병원 도산률이 3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고돼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의 93%가 민영의료 기관인데, 공공의료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병원이 줄도산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건강보험 추가 재정부담액이 정부의 예상보다 2배~4배는 더 될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근거는 무엇인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전면 급여화가 이뤄지면 의료 이용량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증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심각한 의료비용 문제를 불러올 것이고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이 감당해야 하는 의료비가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이 재정 악화를 누가 부담하게 될 것인지는 뻔하지 않은가? 결국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료가 크게 오르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개인은 물론 절반을 부담하는 기업의 부담도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굳이 급여화할 필요가 없는 항목까지 비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는 민간 의료보험인 실손의료보험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모든 항목을 건강보험이 커버해주면 3400만 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은 손해율이 엄청나게 낮아질 것이다. 대기업이 대부분인 보험사들이 쾌재를 부를 일이다.

▲주무부처 공무원 중 특정인을 협상 대상에서 배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유는?

-쟁점인 예비급여제 폐지에 관해 무소불위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급여제는 국민과 의료계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본다. 당장 급여화 할 수가 없으니 일단 분류해놓자는 것인데, 환자의 자기부담금이 80%나 되는 항목이 무슨 급여화인가? 이 때문에 논란이 있었고, 논의가 진행중이었는데 해당 부처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면서 예비급여제는 “절대로 손댈 수 없다”고 말한다. 협상의 여지가 없는데 왜 협상을 해야하나? 조정과 타협이 가능한 사람이 나오라는 이야기다.

▲의료 파업을 예고했다. 강행할 생각인가?

-파업은 최후의 수단이지 결코 목적이 아니다. 의료계는 의료복지 확대에 조금 더 속도를 내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100% 동의한다. 다만 이는 의료수가 정상화라는 보조수단이 함께 병행돼야 가능하다는 정당한 요구에 귀를 기울여달라는 이야기다. 얼마든지 대화와 합의가 가능한데 일방통행만 고집하는 정부가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파업에 나서겠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측에 3개월 정도의 시간을 주고 해답을 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정부가 내놓는 해법을 보면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다.

또 의료파업은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비상진료계획을 세웠다. 결코 국민의 건강이나 생명이 위협받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다. 다만 만약 파업에 나서게 된다면 이번에는 2000년에 있었던 의약분업 사태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고 싶다. 대학병원은 물론이고 중소병원이나 동네의원들까지 모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생명을 지켜야 할 의사가 청진기 대신 머리띠를 두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자 프로필>

1972년 전남 목포 출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한양대 서양철학 석사과정 수료

전국의사총연합 조직국장

의료혁신투쟁위원회 공동대표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

최대집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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