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규제에도 식지 않는 강남 아파트 시장

입력 2018-03-26 06:00수정 2018-03-2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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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치 높아 매입수요 풍성---지방 거주자까지 합류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참 희한하다. 정부 정책과 시장 흐름을 볼 때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감소할 법도 한데 실상은 오히려 반대다.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이 힘들어져 아파트값 상승 동력도 떨어졌다. 게다가 대출 규제로 은행 돈 빌리기가 쉽지 않고 금리까지 올라가는 추세여서 구매 수요가 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데도 매매량은 줄기는커녕 매달 늘어나는 형국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주택 매매량 현황을 보자. 25일 현재 기준으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 1월 2036건에서 2월 2189건으로 증가했다. 3월 들어서도 22일까지 신고된 매매량은 1711건으로 이런 추세라면 이번 달도 전월 실적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강남 3구뿐만 아니라 서울 전체로 봐도 아파트 매매는 증가세다. 하지만 전년 같은 달 건수와 비교하면 강남 3구 증가 폭이 더 크다. 강남 3구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증가량은 1월 2.8배, 2월 2.7배이지만 서울 전체로 보면 각각 2.2배, 2.4배다. 3월분은 시점이 달라 비교하기가 곤란하나 예상되는 월 말까지의 매매량 수치를 고려하면 서울 전체 1.7배보다 높을 것 같다. 강남권 아파트 매매가 더 활발하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강남권 아파트 매매량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만큼 구매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주택시장 예후가 썩 좋지 않은데도 그렇다는 소리다.

온갖 부채를 다 포함해 상환 능력을 따지는 이른바 총체적 상환능력 비율(DSR)이 적용되기 전에 서둘러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특히 지방 등 비 서울권에서 몰려온 구매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 매체에서 조사한 올해 1,2월 비 서울권 수요자의 강남 3구 아파트 매입 비율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자료에 따르면 비 서울권 주민의 아파트 매입비율은 강남구의 경우 1월 21.2%에서 2월 24.6%로 증가했고 서초는 18.7%에서 20.8%로, 송파는 27.2%에서 28.1%로 각각 늘었다. 확실히 1월보다 2월에 강남권으로 유입된 타 지역 구매 수요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온다. 인천·경기는 물론 지방에서도 강남권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강남권 아파트 투자 가치가 훨씬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면 비 서울권 주민들의 강남 아파트 사자 바람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바꿔 말하면 다른 곳은 주택시장이 망가져도 강남권은 건재할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가 강력한 규제책을 잇따라 내놓았는데도 불구하고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이런 든든한 배후 수요가 존재하고 있어서다.

강남권 아파트 투자 수요가 많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강남권 아파트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또 다른 대책이 나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발 과유불급(過猶不及)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 분양한 개포동 디에치자이 아파트의 인기도를 보면 우려하는 양상으로 치닫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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