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석학의 경고…“기술 발전, 생산성 오히려 저해”

입력 2018-03-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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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켈 교수 “기술이 일상생활과 업무에 지장 초래해…재택근무 효율성 떨어지는 이유도 이와 연관”

▲미국 하버드대 정책대학원인 케네디스쿨의 제프리 프랑켈 교수. 출처 = 유튜브 화면 캡쳐
기술 발전이 경제 발전을 이끌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설명은 통념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기술 발전이 오히려 생산성을 낮추고, 삶의 질을 떨어트린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정책대학원인 케네디스쿨의 제프리 프랑켈 교수는 19일(현지시간)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서 기술 발전의 부작용을 하나씩 설명했다. 프랑켈 교수는 기술이 가져다준 혁신적인 면을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혁신들이 부정적인 요소들을 완전히 가리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사이버 안보, IT 기기의 중독성, 가짜뉴스의 전파 등이 그 요인이다.

앞서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사람들이 인지하는 것보다 생활 수준이 과거에 비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현 정부의 성장 전망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술 발전으로 생산량의 증가와 품질 개선으로 발생하는 실질 소득의 증가를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반면 미 노스웨스턴대학의 로버트 고든 경제학 교수는 기술 개발이 반드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고든 교수는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라는 저서에서 오늘날 미국 젊은이들은 부모세대보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인구 고령화, 불평등, 연방 정부의 부채 증가가 불가피하게도 저성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프랑켈 교수는 이들 두 교수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기술이 오히려 혼란을 안긴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거기에 적응해야 하고, 변화된 행동 패턴을 보여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안기는 보안상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바이러스, 사이버 공격 등 수준도 높아져 이를 방어하는 보안 비용이 든다.

IT 기술이 가져온 지나친 연결성도 업무에 해가 된다고 프랑켈 교수는 경고했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포함해 IT 기술이 집중력을 흐트러트린다는 뜻이다. 특히 이는 재택근무자의 경우 뚜렷하다. 대대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했다가 작년에 철회를 선언한 IBM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2009년 IBM은 173개 국가에서 일하는 38만6000명의 직원 중 40%가 사무실 밖에서 일한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그런데 작년 3월 IBM은 재택근무의 비효율을 인정하며 수천 명의 직원을 사무실로 다시 불러들인다고 밝혔다. 당시 IBM의 매출은 20분기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IT 발전이 중독성 있는 취미로 이어진다는 점도 연구에서 입증됐다. 작년 6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1~30세 미국 남성은 그보다 나이가 많은 남성이나 여성보다 노동 시간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2004년 이후 미국인의 시간 사용에 관한 연구를 했는데 비디오게임, 컴퓨터 사용 증가가 젊은 남성의 노동시간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지었다.

노트북과 인터넷 사용은 학습 효율성에도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2월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수업 시간에 노트북 사용과 학업 성취도 간에는 반비례 관계가 성립했다. 또 미시간주립대의 최근 연구도 수업 중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학습 참여도를 높인다는 환상을 심어주지만 실제로 산만함만 더한다고 지적했다. 84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기 간 진행한 연구에서 성적이 낮을수록 수업시간에 노트북으로 온라인에 접속한 시간이 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인한 ‘가짜 뉴스’ 문제도 폐해 중 하나다. 미국고등과학협회가 지난 9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이는 기술 진보로 이룩한 정보의 민주화가 실제 민주주의에는 좋지 않을 수 있음을 뜻한다. 프랑켈 교수는 이 같은 가짜 뉴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진짜를 가짜로 여기는 함정에 빠지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켈 교수는 기술이 잠재적인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음을 인정했다. 폴 데이비드, 에릭 브리뇰프슨 같은 학자들의 주장처럼 증기기관차, 전기, 자동차 같은 혁신은 기술 진보에서 비롯했다. 그러나 그는 “기술의 수혜가 결코 부정적인 요인을 무시할 만한 근거는 되지 못한다며” “단순히 스마트한 세상을 만드는 것보다 기술을 어떻게 스마트하게 사용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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