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CEO 대전] “오래 가야 멀리 난다” 증권가 CEO 연임이 대세

입력 2018-03-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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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연임’.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작년 증시 호황에 따른 뛰어난 실적을 거둔 것은 물론,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업무 인가까지 겹경사를 맞은 덕분이다. 이밖에도 KB증권,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교보증권 등 임기 만료를 앞뒀던 증권사 CEO들도 연임이 줄줄이 확정됐다.

◇단명 CEO 이제 옛말… 재신임 이어져 = 통상 증권가 CEO는 ‘명줄이 짧다’라는 말을 듣는다. 첫 임기인 2년을 마친 뒤, 매년 이사회와 주주의 평가를 통해 1년마다 연임이 결정되는 ‘2+1’ 제도가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급변하는 주식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가운데 재직기간 10년 이상인 유상호 사장의 행보는 단연 눈길을 끈다. 그는 2007년 47세 젊은 사장으로 취임, 올해 연임을 확정하면서 2019년까지 12년에 이르는 장수 CEO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525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 국내 증권사 중 최다 실적을 올렸다. 5개 초대형 투자은행(IB) 중 유일하게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업무 인가도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간만의 증시 낭보에 임기 만료를 앞둔 증권사 CEO들의 연임도 줄을 이었다. 5번째 연임에 성공한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은 지난해 73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교보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해 자산관리, IB 등으로 수익원을 다양화하며 중소형 증권사로 두각을 나타냈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도 3번째 연임에 성공하며 2020년까지 임기를 확보했다. 작년 증권사 순이익으로만 1159억 원을 기록했다. 자회사인 대신F&I 등을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 등 신사업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윤경은·전병조 KB증권 대표도 연임에 성공했다. KB증권이 2017년 1월 새 통합 증권사로 출범한 때부터 각자 대표체제로 수장을 맡아온 두 사람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단독 대표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대두됐으나, KB증권은 투톱 시스템을 재신임했다.

2016년 3월 취임한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역시 지난해 기업금융 실적 등에 힘입어 연임을 확정했다. 작년 하나금융투자는 부동산 IB와 기업공개(IPO) 부문 호조에 146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홍원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장, 주익수 하이투자증권 사장이 연임을 확정했다.

◇장수 CEO 문화… “이제 확산되어야” = 시장 안팎에선 증권업계에 장수 CEO 체제가 보편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상당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업무 스타일이나 의사결정 방식이 바뀌는 만큼, 잦은 CEO 교체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더구나 증권사가 차별화된 서비스 역량을 가지려면 지속적인 정책과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데, 짧은 임기로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잦은 수장 교체에는 강력한 오너십 경영의 부재도 일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증권사 상당수가 금융지주 산하 자회사인 만큼, 모회사의 상황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BNK투자증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2016년부터 미래에셋대우 대표를 맡고 있는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과 회사 창립 초기부터 끈끈한 연을 이어가고 있어 대조된다. 유상호 사장 역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과 유대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새 국면을 맞은 권용원 키움증권 전 사장도 2009년부터 8년간 재직했다.

해외 유명 IB들과 비교해도 국내 증권사 CEO 임기는 짧은 편이다.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파인 대표는 2006년 6월부터 수장을 맡아 12년간 역임했다. 그는 최근 CEO직을 데이비드 솔로몬에 승계하고 자문 임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대표 역시 2006년부터 회사를 이끌었다. 향후 5년간 추가 연임도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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