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 살리려다 農心 잃는 트럼프

입력 2018-03-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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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농업, 보복 관세에 직격탄 맞을까 우려

▲위스콘신주가 지역구인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 워싱턴D.C./AP연합뉴스

공화당을 전통적으로 지지해온 미국 중서부 지역 농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중국,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무역상대국들이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 관세를 가할 위험이 커지고 있어서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위스콘신주, 일리노이주, 캔자스주 등 농업이 발달한 지역들은 공화당 텃밭 지역답게 트럼프에게 표를 몰아줬다. 그런데 당선 뒤 트럼프 대통령은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미국 우선주의’에 혈안이 돼 제조업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데 치중하고 있다. 지난 1월 세탁기·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단행한 뒤 한 달여 만에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 부과 조치를 결정했다.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보복 조치로 관세를 물리면 가장 타겟이 되기 쉬운 건 농산물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중서부 지역 농민들의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일리노이주 북부 메이플 파크에서 대두(콩)와 옥수수 농사를 짓는 엘돈 굴드(76)씨는 오랜 공화당 당원이다. 대부분 일리노이주의 농민들처럼 그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행보에 강한 반발을 표했다. 굴드 씨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곡물을 수입하는 일은 이제 너무 쉬워졌다”며 “고객들은 언제들이 미국이 아닌 다른 데서 작물을 사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우리의 핵심 고객을 화나게 하고 있어서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굴드 씨가 보인 반응은 현재 미국 중서부 지역 농민들이 느끼는 공통된 정서다. 미국에서 농업은 제조업과 달리 전통적으로 무역 흑자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산 대두 중 60% 수출용이다. 미국산 대두의 최대 수출지는 중국이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2016년 기준으로 140억 달러(약 14조9002억 원) 상당의 대두를 수출했다. 미국대두수출위원회의 폴 벌크 북아시아 담당 이사는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하게 고조되면 미국산 대두가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미국이 세탁기· 태양광 패널에 관세 조치를 하고 2주가 지난 뒤 중국 상무부는 미국산 사탕수수를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시행했다. 작년에 미국이 중국으로 수출한 사탕수수는 미국 전체 생산량의 4분의 3가량을 차지하고,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산 사탕수수의 절반가량은 캔자스주에서 생산된다.

지난 8일 결정된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가 어떤 보복 조치를 불러올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미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35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이들이 언급한 제재 대상에는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

공화당 인사들이 트럼프와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보호무역 조치에 반발하는 이유도 지지층을 의식해서다. 대표적인 인물이 위스콘신주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하원 일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다. 앞서 그는 “무역 전쟁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며 “백악관에 보호무역 조치를 추진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경제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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