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주혁 유작' 영화 '흥부' 조근현 감독, 신인 女배우 만난 자리서 '음담패설'…어떤 말 했나?

입력 2018-02-23 07:36수정 2018-02-23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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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기자 iknow@)

신인 여배우를 성희롱했다는 의혹을 받은 영화 '흥부'의 조근현 감독이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신인 여배우 A씨는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작년 12월 뮤직비디오 촬영 미팅에서 조근현 감독이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여자 대 남자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조근현 감독은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냐. 오늘 말고 다음번에 만나자. 술이 들어가야 사람이 솔직해진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이날 약 1시간 20분가량 진행된 미팅에서 조근현 감독과 뮤직비디오 내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것은 20분 남짓이고 나머지 시간은 조근현 감독의 조언을 가장한 음담패설과 뒷담화를 들어야 했다.

A씨는 해당 글과 함께 조근현 감독이 휴대폰으로 보낸 사과 문자도 SNS에 올렸다. 이후 조근현 감독은 "상처를 받았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글을 A씨에게 보내며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인 여배우의 폭로에 조근현 감독이 연출한 영화 '흥부' 제작사 측은 영화 개봉 직전에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며 언론 인터뷰와 무대 인사 등 모든 홍보 일정에서 조근현 감독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한편, 조근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흥부'는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故 김주혁 배우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높은 기대를 받아왔던 작품이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1일 기준 '흥부'는 누적 관객수 37만 명을 넘어섰다.

조근현 감독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A 씨가 공개한 조근현 감독 사과글 전문]


상황이 어찌됐든 그 미팅을 통해 상처를 받았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내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살아오면서 나름 좋은 가치를 추구했고, 누구에게 폐 끼치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성격인데 누군가에게 이렇게 상처를 준 셈이 되었으니 무척 괴롭다.

영화라는 생태계 밖에서 영화계를 너무 낭만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현실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길게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얘기로 들렸을 수도 있겠다 싶다.

예의를 갖춰 열심히 얘기를 했고, 당신의 얘기를 듣지 못한 게 아쉬워 한번 더 만나길 바랐고, 그조차도 부담을 느낄 수 있겠다고 여겨 어떤 강요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음이 상해 글까지 올린 걸 보면 그 자체로 괴롭고 내 잘못이 크다.

다시 한번 사과한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 글을 지워줬으면 한다.

영화가 개인 작업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포함된 까닭에 내 작은 실수가 영화를 깎아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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