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9곳 중 7곳, 업무 과실 따른 ‘성과급 환수규정’ 없다

입력 2018-02-22 10:46수정 2018-02-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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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금융지주가 임원이 업무 관련 손실을 냈을 경우 성과급을 축소, 환수하도록하는 ‘성과보수 환수규정’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보수 환수규정은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명시된 조항으로 금융지주사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 금융당국은 최근 3곳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한 지배구조 검사에서 관련 규정 미비 상황을 적발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사 9곳(신한·KB·하나·NH농협·JB·BNK·DGB·한국투자·메리츠금융) 가운데 신한금융, BNK금융을 제외한 7곳은 내부규범에 이연된 성과보수에 대한 환수규정을 명시하지 않았다.

금융사 임원 성과급은 일시에 지급하는 구조가 아닌, 성과급의 40% 이상을 장기성과에 연동해서 3년 이상 나눠서 지급(이연지급)하도록 돼 있다. 무리하게 단기성과를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임원이 업무 관련 손실을 냈을 경우엔 성과급도 축소, 환수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제9조 3항)에 따르면 ‘이연지급 기간 중 담당 업무와 관련해 금융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연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를 실현된 손실규모를 반영해 재산정된다’고 명시돼 있다.

신한금융과 BNK금융은 이 조항을 내부규범에 반영했다. 신한금융은 ‘재무성과가 목표에 미달하거나 손실이 발생한 경우 지급 미확정 부분을 재무성과나 손실규모 등을 반영해 조정한다’고 해놨다.

BNK금융은 내부규범에 ‘회사의 경영지표가 악화됐을 경우 단기성과급 및 장기성과급을 환수율을 산정해 차감 후 지급한다’고 돼 있다.

내부규범이 아니어도 다른 내규를 통해 해당 조항을 포함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내부규범은 지배구조 관련 중요한 사항을 담도록(감독규정 제5조)돼 있는 데다, 개정할 때마다 공시도 해야 한다. 이에 내부규범으로 반영하면 그만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실제 환수를 하고 있는지도 알아봐야 하지만, 내부규범을 개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제도 취지를 생각하면 성과보수 이연지급분 환수규정을 내부규범에 명시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 JB금융, 메리츠금융 등 3곳에 대한 지배구조 검사에서 성과보수 이연지급분 환수규정이 부재한 사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내부규범은 물론 다른 내규를 통해서도 관련 규정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 세 곳은 다른 지주사보다 지배구조법 준수가 미흡해 첫 검사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말 나머지 6곳에 대한 지배구조 검사에 나선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환수제 조항은 경영진들이 소비자를 희생삼아 단기이익만 추구하는 것을 제어하기 위해 성과보수를 장기성과에 연동하고,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익을 환수하는 클로백(claw back)제도”라며 “최근 검사에선 환수제 조항을 무력화하는 내용들을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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