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수소연료전지차 안전 불감증

입력 2018-02-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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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국내에 본격화된 건 2000년대 초였습니다. 일본 수입차를 중심으로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동력원이 등장해 관심을 모았지요. 이들은 저속에서 전기모터를, 힘이 필요하거나 고속주행에 접어들면 내연기관이 힘을 보태기 시작합니다.

실제 도로를 달려 보면 전기모터와 엔진의 날카로운 경계선을 이리저리 옮겨 다닙니다. 운전자가 알아채기 힘들 만큼 소리 없이 빠르게, 부드럽고 명민하게 움직입니다. 하이브리드는 그렇게 궁극점(전기차)까지의 과도기를 책임지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자동차 시장에는 낯선 동력원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했습니다. 전기모터를 돌리는 ‘고압’ 전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었습니다. 때문에 양산 하이브리드는 만일에 있을 충돌사고에 대비해 다양한 안전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혹시 모를 감전 사고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서 하이브리드를 한국 시장에 퍼트린 한국토요타는 119구급대원을 상대로 순차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자칫 ‘차체 절단’이 필요한 대형사고 때, 절단해서는 안 되는 곳을 미리 교육했던 것이지요.

반면 현대기아차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우리 차는 안전하기 때문에 절대 그런 교육이 필요없다”는 논리를 앞세웠습니다. 그러더니 결국 몇 해 지나지 않아 ‘하이브리드 차량 안전구조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감전사고 가능성을 일축하더니 마침내 대응법을 만들었던 것이지요.

세월이 흘러 이제 하이브리드는 일반화됐습니다. 그리고 친환경차의 궁극점인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나아가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의 불편함까지 해결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기차)’까지 등장했습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기본적으로 전기모터를 돌리는 원리는 동일합니다. 전기차는 전기를 충전하고, 수소전기차는 수소를 주입해 전기분해를 일으키는 게 차이점이지요.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냉전시대부터 ‘수소’는 친환경보다 ‘폭탄’의 접두사로 쓰인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위험하다”는 선입견도 팽배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소전기차에 대한 거부감도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결론적으로 수소전기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안전합니다. 수소폭탄은 중수소와 삼중수소로 핵융합을 일으킵니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일반수소를 사용합니다. 두 가지는 작동원리 자체가 다릅니다. 위험하다면 ‘수소 충전소’가 위험하지, 수소전기차는 안심해도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그럼에도 일부 운전자에게 거부감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들이 중수소와 삼중수소, 일반수소의 차이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이 문제를 풀어야 할 주체는 완성차 메이커입니다. 막연하게 “우리 차는 안전하다니까요”만 되풀이하는 대신,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먼저 필요해 보입니다. 새 모델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당신들은 자동차 전문가입니다. 그러나 그 차를 사는 우리들은 일반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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