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금리에 증권사 채권손실 ‘빨간불’

입력 2018-02-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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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인다고 줄였지만…아직도 총자산의 절반 차지

미국 국채금리 급등 여파로 국내 시중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금리리스크가 재부각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권 규모는 연초 대비 0.80% 늘어난 176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102조6000억 원)과 비교하면 약 72% 증가한 수치다.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동안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 투자를 늘린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한 뒤로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국내 증권사 전체 자산의 약 절반은 채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최근 미국의 금리상승에 연동된 시중금리 상승이 증권업계 전반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은 전 거래일 대비 4.9bp(1bp=0.01%p) 상승한 2.806%로 마감하며 2014년 8월 22일(2.827%)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3일 연속 상승세로 마감, 전날보다 2.4bp 상승한 2.302로 마감했다.

채권자산의 비중이 높은 만큼, 기준금리의 변동은 증권사들의 수익성에 중요한 변수다. 채권가격은 미래의 현금흐름에 대한 현재의 할인가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올라 채권가격이 하락하면 증권사들의 보유채권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국고채 3년 금리가 50bp, 100bp, 150bp 오를 경우 국내 증권사의 채권손실은 각각 최대 7615억 원, 1조5278억 원, 2조294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증권업계의 채권부문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금리 급등 당시 큰 손실을 본 후 올해는 총자산 대비 채권 비중을 낮추고 있지만, 채권을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만큼, 비중 축소에 한계가 있다. 홍준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현 수준의 금리인상 속도라면 당장은 감내할 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증권사의 채권 수익률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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