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 사지 마세요”…고디바 재팬의 역발상 마케팅

입력 2018-02-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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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실린 고디바 광고. ‘일본은 기리초콜릿(의리초콜릿)을 그만두자’는 문구가 실려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밸런타인데이를 맞은 일본에서 역발상 광고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포춘은 고디바 재팬이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사지 말라’는 광고로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13일(현지시간) 전했다.

일본 여성들은 매년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초콜릿 쇼핑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연인과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 때로는 직장 상사에게까지 초콜릿을 선물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른바 ‘기리초콜릿(의리초콜릿)’이다. 연인이 아닌 이들끼리 챙기는 의리초콜릿 덕에 일본 제과업계에서 밸런타인데이는 연중 대목으로 꼽힌다.

‘기리’는 야쿠자들이 애용하는 표현으로 생명의 위협이나 엄청난 대가를 요구한다는 의미다. 이 단어는 그 자체로 밸런타인데이에 대한 부담을 키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15년 리서치업체 마크로밀의 조사에 따르면 20~49세 일본인 여성의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평균 예산은 4986엔(약 5만 원)으로 나타났다. 마케팅 리서치 회사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동료들에게 초콜릿을 사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저렴한 제품은 체면을 상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벨기에 대형 제과업체 고디바가 주요 일간지 전면광고로 의리초콜릿 관행을 그만두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제롬 추찬 고디바 재팬 사장은 광고에서 “당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는 것은 좋지만 의리초콜릿은 필요 없다”라면서 “사실 현대에는 그것이 없는 게 낫다”고 밝혔다. 광고는 “밸런타인데이는 당신의 진실한 감정을 고백하는 날”이라면서 “직장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디바는 일본 기업의 경영진이 의리초콜릿을 금지하도록 권고했다. 일본의 대표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2월1일 자 지면에도 이 광고가 게재됐다.

고디바의 광고는 업계는 물론이고 언론과 인터넷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수많은 논쟁이 일어났으며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일본초콜릿코코아협회에 따르면 매년 밸런타인데이에 5억 달러(약 5421억5000만 원) 이상의 초콜릿이 소비된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적지 않다.

아사히신문은 대중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홍보 컨설턴트 다니엘 파스는 “의리초콜릿에 대한 논쟁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고디바는 일본 여성이 ‘사무실 전통’을 어길 수 있는 권리를 강하게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직장 여성은 “상사가 의리초콜릿을 주지 말라고 한다면 부담을 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고디바가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스텔스마케팅을 벌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반응에 대해 추찬 사장은 “관습이나 의식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과 사랑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밸런타인데이를 즐기는 것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포춘은 고디바가 일본 사회에서 논쟁을 일으키는 게 목표였다면 그것을 완전히 달성했다면서 의무적인 초콜릿이 사라지면 밸런타인데이가 훨씬 즐거워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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