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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물] 조두영 변호사 “암호화폐는 희귀재…불법이라고 접근하면 곤란”
입력 2018-02-09 11:13
검찰 20년, 금감원 7년…금융범죄 베테랑 “자본시장 발전, 깨끗한 시장으로부터 나와”

▲조두영 변호사는 최근 일어난 암호화폐 광풍에 대해, 금융당국의 개입이 너무 늦었다고 언급했다. 재작년 국정감사에서 언급됐을 때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면 지금과 같은 부작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동근 기자 foto@)

고공행진을 펼치던 증시가 최근 조정을 겪으면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조정을 받고 있지만, 대세적인 상승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이런 급등락 장세에는 작전세력들도 기승을 부리는 법. 이에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한국거래소, 검찰 등 사정기관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도입한 시장감시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로 임기를 마친 조두영(58) 변호사를 만나 자본시장 활성화와 사정기관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그는 검찰에서 20년, 금융감독원에서 7년을 근무한 금융범죄 관련 베테랑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조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자본시장 활성화 저해 요인이 사정기관의 강력한 단속이라는 말도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깨끗한 시장이 선진시장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우리 증시가 박스권을 이탈하면서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제 선진 자본시장으로 가기 위한 ‘보다 투명한 거래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감독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검찰에서 20년, 금융감독원에서 7년간 근무한 이력에 눈길이 간다

“2007년 부장검사로 퇴직한 뒤 변호사로 잠시 일하다가 2011년 세칭 ‘저축은행사태’가 터져 금감원이 크게 비난을 받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자정의 계기로 삼자는 의미에서 법조인 출신을 공개 모집했고, 이를 기회로 2011년부터 금감원에서 일하게 됐다. 2년 정도만 일할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결과적으로 7년이나 근무를 하게 됐다. 검찰 재직 당시 금융조사부에서 증권범죄 등을 주로 수사했는데, 이를 살려 금감원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분야를 담당했다.”

-금융·증권 범죄 분야를 오래 맡은 만큼, 특이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다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없다. 다만 증권범죄와 관련한 트렌드는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시세 조정이 많았다. 주로 홈트레이딩을 이용한 온라인 주식거래 시세 조정이다. 이후 2010년을 넘어서부터는 사기적인 부정거래가 주를 이뤘다. 주로 허위 보도자료를 통해 주가를 부양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는 내부자거래가 많아졌다. 내부자거래는 발각은 잘 되더라도 혐의 입증이 어려워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제일 확실하게 돈을 벌 방법이라는 인식이 많아 내부자거래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증시가 활황장세를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금감원 등 사정기관의 역할이 중요할 듯하다. 하지만 사정기관의 과도한 조사가 시장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단기적으로 볼 때 금감원 조사가 들어가면 해당 종목과 관련된 산업 분야가 타격을 받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증권시장 자체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진행하는 것이 맞다. 사정당국의 조사라는 것은 시장을 해치기도, 또 살리기도 하는 양날의 검과 같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도 조건을 까다롭게 정해 조사를 진행한다. 우리 증권시장이 한 단계 도약한 것은 맞다. 하지만 아직 선진시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이런 부분 때문에 금감원 등 사정기관의 조사가 위축되어선 안 된다고 본다. 결국, 깨끗한 시장이 한 단계 성숙한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금감원 부원장보로 근무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불공정 거래에 관한 제도나 법률 체계의 미비점은 없나

“금감원 불공정거래 조사는 과거 ‘증권감독원’ 시절부터 30년 이상 유지·발전돼 온 기능이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선진국들의 제도 등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잘 짜여 있다. 다만,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1호 지시사항으로 증권범죄 척결을 강조하면서 금융위원회에 자본시장조사단이 설치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자본시장조사라는 금감원 조사국과 같은 기능을 가진 조직을 금융위에 둔다는 것은 업무와 조직의 중복뿐만 아니라, 금융위의 주된 업무인 금융정책과도 다소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시장법은 전체적으로 무난하지만, 하위법령에 권한이나 요건을 위임한 조항들이 많고, 영미법을 그대로 번역해 일부 조악한 조문들도 있다. 형사벌로 의율할 것을 불필요하게 행정벌로 규제함으로써 글로벌 스탠더드에 반하는 조항들도 있어서 개정이 일부 필요한 게 사실이다.”

-비트코인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암호화폐 시장이 현재 광적으로 투기화된 현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금융당국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다만, ‘화폐’라는 단어에 집착해 애써 외면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희귀재’라는 점을 간과해 버렸다고 본다. 희귀재를 불법으로 취급한다면 선물시장이라든가 인터넷게임 아이템 거래소도 불법이나 다름없다는 것인데, 이런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차라리 암호화폐가 비실명으로 거래되거나 아무런 제한 없이 국외 거래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도록 법규를 마련하고,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가 제한된 공매도나 코넥스시장, 회사채시장에 대한 접근을 좀 더 쉽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암호화폐로 쏠리는 자금이 줄어들어 현재의 광적인 투기 현상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 말해 금융감독원의 개입이 너무 늦었다는 것인가

“맞다. 금융위를 비롯한 관련 당국이 다소 무시한 측면이 있다. 정식 화폐로 인정을 하고 싶지 않아 무시해 버린 경우이다. 신경은 쓰이는데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방치할 것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제도화해서 관리·감독을 해야 했던 것이 맞다.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이 재작년 국정감사 때부터다. 당시에 바로 신경을 쓰고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으면 지금과 같은 난리는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신기술과 금융이 결합한 여러 형태의 신(新)금융이 몰려올 것이다. 금융위나 금감원 등 당국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만 최근 암호화폐와 같은 투기적인 병폐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화제를 바꿔 보자. 사정 역할을 하는 감독당국은 청렴과 신뢰가 생명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인사비리로 구속되고 감사원 감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법조인의 입장에서 잘못했으면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적발된 사건 중 주식투자나 음주운전 등 명백한 위법사항은 할 말이 없지만, 채용비리로 지적된 일부 사건들은 냉정히 볼 때는 단순한 내부인사 규정 미비나 업무 미숙에 불과한 사건들도 있고, 일반적인 채용비리 사건에서 보이는 금품수수 등은 전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과도하게 제재를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수사와 재판은 엄격한 증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앞으로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만으로 천하의 몹쓸 집단으로 금감원이 매도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장기간 공직생활을 하다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게 됐다. 향후 운영 계획은

“우리나라 검사 중에 금감원에 재직한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금감원 국장 및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실무부터 감독 업무까지 모두 섭렵해 본 사람은 전혀 없는 만큼, 그런 점이 차별화 요소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남들과 다른 경력으로 인해 자본시장을 보는 시각이 실무와 괴리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굳이 말하자면, 법조계의 법리해석과 양정(量定)에만 국한하지 않고, 자본시장의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실무경험을 갖춘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변호사 업무가 과거에는 개별 사건에 대한 송무적인 해결에 중점을 두었는데, 이보다는 그간의 경력을 활용해 자본시장과 관련된 위법, 위규사항에 대한 ‘사전적 예방’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의뢰인이나 고문 회사들을 자주 접촉해 금융 실무적이면서도 예방 법률적인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조두영 변호사는 누구

조두영 변호사는 서울 배문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8년 사법연수원을 제17기로 졸업한 이후 같은 해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로 첫 발령을 받았다. 2002년 부장검사로 승진한 이후 대검 중수부 수사과장을 지냈고, 2007년 퇴직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후 2011년 저축은행 사건 당시 금융감독원으로 입사, 2015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내다 2017년 말 퇴직했다. 저서로는 ‘소송물론’, ‘입증책임론’, ‘식품범죄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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