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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진 한은 국장 “가상화폐는 지급수단 될 수 없다”
입력 2018-01-21 15:09   수정 2018-01-22 10:39
120년 전 미국 Mr. Coin 주장과 유사..비트코인은 돈을 주고 사는 물건 그 자체일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지상최대의 사기”라는 주장이 나왔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21일 그의 페이스북에 올린 ‘비트코인 단상 7(마지막)’을 통해 “(비트코인 개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사람은 기술을 적용하려고 가상의 기록물을 만드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택했다. 활주로(플랫폼)을 만든 뒤 거기를 오가는 것이 비행기(가상화폐)라고 우긴 것”이라며 이같이 결론지었다. 그는 한은에서 가상화폐 내지 가상통화를 연구하는 실무책임자다.

그는 이에 앞서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들기 전 어떤 사람이 활주로를 발명했다. 그리고 자기가 만든 활주로를 달리는 것은 비행기라고 우겼다(by definition). 그리고 그걸 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활주로를 달리니 잠시후 날 것이라고 흥분하며 투자를 시작했다”며 “지금의 비트코인 열풍은 그거랑 똑같다. 블록체인기술은 디지털기록을 암호화하는 기술이므로 기록물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차 국장은 연초부터 그의 페이스북에 ‘비트코인 단상’ 시리즈를 연재한 바 있다. 이달 8일부터 오늘(21일)까지 총 7회 분량이다.

8일 올린 첫 글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체셔캣(chasercat) 고양이를 인용해 ‘기록을 남기지 않는 화폐(현금, 코인)는 알겠지만, 화폐없는 기록은 무엇인가?’라며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블록체인기술이 곧 돈이라고 우긴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단상3과 6에서 정부 등 제3자를 부정하는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이 왜 비트코인 시스템에서 필수적인 채굴자들은 인정하는지 모르겠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당사자끼리의 거래를 찬양하면서 끊임없이 제3자의 존재를 비난하는 비트코인 광신도들은 세상을 우리와 그들로 나누어 설명하는 선동가”라며 “그런데 비트코인 시스템에서 필수적인 채굴자(miner)들이야말로 전형적인 제3자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120년 전 미국에서 미스터 코인(Mr. Coin)이라는 가공의 인물이 팜플렛을 통해 등장해 화폐는 내재가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급수단은 전부 화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사토시라는 가공의 인물이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지급수단이 미래의 화폐라고 주장하는 것과 완전히 똑같았다. 서민경제의 제3자인 독점재벌을 몰아내자는 주장은, 신용카드사와 같은 제3자를 결제제도에서 추방하자는 오늘날의 가상화폐 옹호론자들의 주장과 너무나 똑같았다”고 지적했다.

18일 올린 단상 5에서는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이) 지급수단(medium of exchange)이 곧 돈(money)이고, 자기가 만든 지급수단이 현재의 돈을 대신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존하는 99.9999%의 비트코인은 medium of exchange가 아니라, objet of exchange다. 물건을 살 때 돈 대신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는 물건 그 자체라는 말”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차현진 한은 금융결제국 국장의 페이스북 전문

2017년 1월8일 오전 6:54

비트코인 단상 1: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체셔캣(chasercat)은 언제나 웃는다. 그래서 기분나쁘다. 이상한 수수께끼를 묻고나서 사라질 때는 꼬리부터 없어져서 나중에는 입가의 웃음만 남는다. 그래서 엘리스는 “웃지 않는 고양이는 알겠지만, 고양이 없는 웃음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존재는 속성에 우선한다”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제1명제를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킨 선문답이다.

블록체인기술은 어떤 기록을 변경시키지 못하도록 낙인찍는(time-stamp) 기술이다. 기록의 내용은 무엇이어도 좋다. 그런데 비트코인 옹호론자는 그런 기술이 곧 돈이라고 우긴다(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말과 의미가 전혀 다르다).

기록을 남기지 않는 화폐(현금, 코인)은 알겠지만, 화폐없는 기록은 무엇인가?

오늘 가상통화 회의를 준비하면서 엘리스 같이 탄식하지 않을 수 없구나!

LET'S GO BACK TO BASIC!!!!!!!!!!!

1월8일 오전 6:57

비트코인 단상 2:

영어로 타동사는 transitive verb다. 무엇(목적어)인가를 향해 이동(transitive)하는 성향의 동사라는 의미다. 이동의 목표가 없으면, 마치 종착역이 없는 열차시스템과 다를 바가 없다.

철로(기술)는 있는데, 그 철로 위를 달리는 것(주체)가 고속전차(KTX)인지, 증기기관차인지, 전철(새마을호)인지도 따져보지 않는 것이 비트코인 기술이고, 도대체 어디를 향해서 달리는지 묻지 않는 것이 비트코인 투자이다.

자동사와 타동사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하고 또 한판의 회의준비를 하려니까 답답하기만 하다. 오늘 회의에서 이런 말을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할까?

1월8일 오후 11:23

비트코인 단상 3:

비트코인 광신도들은 물건을 사고 팔 때 쓰는 신용카드와 버스에 타서 차비를 낼 때 쓰는 교통카드가 비경제적이라고 한다. 신용카드, 교통카드의 정보를 관리하는 제3자(trusted third party)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시스템을 제공하고 소유하는 그들이 왜 제3자인가? 국채를 사고 파는 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한 정부는 제3자인가? 현찰로 거래할 때 한국은행은 과연 제3자인가? 내가 보기에는 중요한 당사자인데?

당사자끼리의 거래를 찬양하면서 끊임없이 제3자의 존재를 비난하는 비트코인 광신도들은 세상을 우리와 그들로 나누어 설명하는 선동가들이다.

(그런데 비트코인 시스템에서 필수적인 채굴자(miner)들이야말로 전형적인 제3자 아닌가?)

1월17일 오전 5:40

비트코인 단상4:

비트코인이 뭔가요?

답1: 법적 근거없는(가치가 변동하는) 전자적 지급수단의 하나

답2: 가상의 세계에서 참가자들끼리 주고 받는 그 무엇(목적물)

답1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굳어진 언어적 정의(linguistic definition)이나 유개념(지급수단)과 종차(법적 근거가 없는)로 구성된다. 사물에 대한 해석과 분류작업이 열쇠다.

답2는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지시적 정의(ostensive definition)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여줄 뿐이므로 해석과 분류가 필요없다(묘사에 가깝다). 자기가 느끼는(깨닫는) 것이 열쇠다.

비트코인에 관해 설명하다 보면, 사람의 뇌구조가 드러난다. 답1은 따지길 좋아하는 사람(이성파), 답2는 투자에 골몰한 사람(감성파)에게 먹힌다. 비트코인에 관해 이야기 하다가 문득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자를 다시 만난다.

1월18일 오후 10:42

비트코인 단상5:

비트코인 창시자인 satoshi nakamoto는 비트코인의 출발을 알리는 2009년 논문에서 지급수단(medium of exchange)이 곧 money고, 자기가 만든 지급수단이 현재의 돈을 대신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1. 현존하는 99.9999%의 비트코인은 medium of exchange가 아니라, objet of exchange다. 물건을 살 때 돈 대신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는 물건 그 자체라는 말이다.

2. 지급수단은 돈의 속성(properties)일 뿐이고, 돈의 본질(essential)은 계산단위다. 국가가 납세자의 재산과 소득의 가치를 측정하고 비교하기 위해서 즉, 세금을 걷기 위해서 계산단위를 보급하면(도량형을 보급하듯이), 시민들이 그 계산단위로 모든 가치를 측정하게 된다. 그래서 돈이 교환경제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비트코인이 물건을 살 때 지급수단으로 쓰이더라도, 그 단위인 BTC는 계산단위는 절대로 아니다.

이런 점을 두루 감안할 때 비트코인이 코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장난이다. 비트코인 대신 비트애플(BitApple)이라고 했다면, 농림수산부가 대책을 강구했을까?

1월19일 오후 11:02

비트코인 단상6:

어제 JTBC 가상화폐 토론회를 보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말들이 많았다. 열풍은 열풍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120년 전에도 지금처럼 가상의 그 무엇인가를 두고 똑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미국이 무대였다.

Mr. Coin이라는 가공의 인물이 팜플렛을 통해 등장하여 “왜 정부가 화폐제도를 독점하나? 지급수단으로 쓰이기만 하면 전부 돈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화폐는 내재가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급수단은 전부 화폐가 될 수 있다”는 등등의 주장을 했다.

Satoshi라는 가공의 인물이 Bitcoin이라는 지급수단이 미래의 화폐라고 주장하는 것과 완전히 똑같았다. 서민경제의 제3자인 독점재벌을 몰아내자는 주장은, 신용카드사와 같은 제3자를 결제제도에서 추방하자는 오늘날의 가상화폐 옹호론자들의 주장과 너무나 똑같았다.

“역사는 반복하지 않는다. 다만 리듬이 있을 뿐이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이 떠오른다.

1월21일

비트코인 단상7(마지막):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들기 전 어떤 사람이 활주로를 발명했다. 그리고 자기가 만든 활주로를 달리는 것은 비행기라고 우겼다(by definition). 그리고 그걸 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활주로를 달리니 잠시후 날 것이라고 흥분하며 투자를 시작했다.

지금의 비트코인 열풍은 그거랑 똑같다. 블록체인기술은 디지털기록을 암호화하는 기술이므로 기록물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satoshi nakamoto라는 사람은 기술을 적용하려고 가상의 기록물을 만드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택했다. 활주로(플랫폼)을 만든 뒤 거기를 오가는 것이 비행기(가상화폐)라고 우긴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지상최대의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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