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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의 손편지] 마흔 다섯 노총각 결혼식 분투기
입력 2018-01-11 11:24

올 초부터 우리 집엔 경사가 났다. 마흔다섯 살 조카 녀석이 드디어 노총각 딱지를 떼게 되었으니 말이다. 일흔 여섯의 신랑 어머니가 “정말 홀가분하다. 날아갈 것만 같다. 앓던 이가 쏙 빠진 기분이다”를 외쳤으니 경사 중에 경사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신랑 신부 모두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데다 신부 부모님마저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생활한 지 삼십 년도 넘은 덕(?)에, 결혼식 준비는 오롯이 신랑 쪽에서 맡게 되었다. 한데 막상 결혼식 준비가 시작되고 보니 예기치 않은 소소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일단 신랑 나이도 있고 신부네 상황도 고려해 요즘 유행한다는 작은 결혼식을 하기로 하고 예식장 탐색에 나섰다. 다행히 최근에 다녀온 예식장이 두루 마음에 들었기에 예식장 정하는 일은 큰 어려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다음 작업으로 청첩장 만들기에 들어갔는데, 수백 종이 넘는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하고, 청첩장 문구 만들고, 하객들 연령대를 고려해 글자 크기 키우고, 신랑 신부 측 봉투 주소 확인하고, 초교 재교 교정을 보고, 집으로 배송받기까지, 웬만한 카드사의 모든 공정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칠십대 노모와 육십대 이모가 고생 좀 (많이) 했다.

막상 청첩장을 돌리려니 이번에는 청첩장 봉투에 적어 넣을 주소와 우편번호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그나마 신랑 아버님을 포함해 일가친척분들은 대부분이 돌아가셔서 초대할 어른이 몇 분 남지 않았고, 아버님과 절친했던 친구분들도 이미 돌아가셨거나 거동이 불편하여 결혼식장에 오기 어렵다는 분들이 여럿 계셨다. 노총각 결혼을 누구보다 기다렸고 가장 반겨주실 분들을 뵙지 못한다는 마음에 잠시 울적해지기도 했다.

신랑 신부가 소띠 띠동갑이라는데, 특별히 아들 장가보내기엔 다소 연로(?)한 신랑 어머니 입장에선 ‘웃픈’ 일들이 불쑥불쑥 등장하기도 한다. 행여 식장이 썰렁할까 봐 신랑 댁을 도와주려는 마음에 너도나도 오신다 하지 않나, 작은 결혼식이라 친한 친구 서너 명만 골라 특별히 연락했는데 친구가 실수로 동창들 카톡방에 결혼 소식 올리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질 않나, 사돈 사이에도 세대 차가 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기까지 한다. 신랑 친구는 이미 딸 쌍둥이를 대학원에 보냈다는데, 내 아들은 아무리 서둘러도 애비 환갑에 아이가 고등학생일 테니 이 또한 신랑 어머니로선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결혼 적령기 따윈 신경 쓰지 마시라” “결혼은 등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니다” 등 철없는 소릴 해왔는데, 막상 장가가는 노총각을 가까이에서 보자니 기왕이면 부모님 살아 계실 때 배우잣감을 데려오는 것이 자식 된 도리요, 환갑 되기 전 내 자식들 대학 공부 마치도록 하는 것이 부모 된 도리이지 싶다. 물론 마흔다섯에 며느릿감을 데려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대견하기 그지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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