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업대책 수립에 지혜 모아야

입력 2018-01-10 10:34수정 2018-01-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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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김창길 KREI 원장(농촌경제연구원)
농업은 기후변화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며 해결자이기도 하다. 특히 타 산업에 비해 기후 의존적인 산업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 또 농업은 생산과정에서 아산화질소와 메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15%,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 정도를 차지한다.

주요 배출원은 벼 재배, 경작지 비료사용, 가축사양, 화석에너지 사용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농업은 농경지의 토양관리와 재배 방식에 따라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흡수하는 기후변화 해결자 역할도 가능하다.

농업은 기상, 토양, 물 등 자연환경에 의존성이 높아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환경부는 향후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2100년까지 식량자원 생산에 있어 약 700조 원의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미 지구 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농작물의 재배 한계지가 점차 북상하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가뭄과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으로 농작물 피해와 농업인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올해 기후변화로 가뭄이 휩쓸고 간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州)에서는 지난해 4월까지 4개월간 852명의 농민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후변화는 농업생산성과 농가의 수익 및 자산 가치 등 농업시스템을 변화시키며, 농업용수의 변화 등으로 농업 기반시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농촌진흥청의 작물재배지 변동 연구에 따르면 평균기온이 1°C가 상승하면 재배지가 80km 북상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11년부터 2010년까지 100년 동안 평균기온이 1.8℃ 상승해 대구와 경북이 주산지였던 사과가 포천, 연천 등 경기 북부에서, 제주가 주산지였던 한라봉은 충주에서 재배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아열대 과일 재배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기온상승으로 새로운 병충해가 발생해 농가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고, 축산분야도 고온과 황사로 가축생산성이 저하되고 있으며 호흡기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일이 선행돼야 하고, 기후변화에 적합한 저항성이 높은 품종 개발과 보급, 영농법 도입, 기술개발 등이 적응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현재 기후변화에 따라 제주에서부터 재배되고 있는 아열대작물의 재배 방법과 기술교육, 판로 확보도 중요하다. 더불어 기후위험에 대한 농업인의 인식 및 기상 정보 활용 능력을 제고해야 하며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해서 시설재배 및 축사 시설의 기후 변동 대응 능력을 높여야 한다.

온실가스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은 유통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에너지 낭비는 물론 많은 비용이 든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거리인 푸드마일리지를 줄이는 것이 바로 기후변화에 일조하는 일이 될 것이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연구진이 유기농 농장의 토양이 일반적인 농업 토양보다 장기간에 걸쳐 탄소를 격리하는 토양 성분인 휴믹산을 44%나 더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산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관행농법을 친환경적인 유기농법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는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우리 농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기후변화의 체계적인 대책 실행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예산 등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농업계는 물론 범정부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다 단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평균기온 상승률이 세계 평균 기온 상승률보다 훨씬 높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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