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란지세 난중지난’ 재계, 새해에는 ‘공성이불거’

입력 2017-12-29 09:06수정 2017-12-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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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경제계는 격동의 정치 환경에 휘둘린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게이트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고, 대기업 총수와 임원들이 게이트에 연루돼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창립 79년 만에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돼 재판을 받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탄핵 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며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등 기업에 타격을 줄 정책이 한두 개가 아니다.

“아직도 한국에서 기업을 하느냐?”는 자조 섞인 물음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업하기 쉬웠던 적은 물론 없었지만, 요즘은 특히 더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런데 정부는 규제 완화 등 투자 환경에 대한 변화 없이 국내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밖에서도 힘들었다. 중국과 사드 갈등이 심화하면서 현지 진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출범 후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며 우리나라 주요 수출산업을 압박했다. 그야말로 올해 재계는 ‘누란지세(累卵之勢)’, ‘난중지난(難中之難)’이란 사자성어가 딱 어울린다.

재계는 내년 역시 어려움이 많겠지만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 정신으로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성이불거’는 공을 세웠으면 그 자리에 머물지 말라는 뜻”이라며 “우리 경제가 과거에 일궈놓은 산물과 질서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도전과제를 극복함으로써 미래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용만 회장을 포함한 경제단체장들은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박용만 회장은 “기업이 새롭게 일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며 “세계 100대 비즈니스 모델 중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절반 이상이 시작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개방형 체제로 규제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역시 “국회와 정부에서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며 “국내 정책들이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뒷받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 면에서 보면 개선의 조짐이 없다”며 “일자리는 기업이 투자할 때 생기는데, 개인도 기업도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설 때만 투자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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