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 초대석] 홍영표 환노위원장 "최저임금 인상은 연봉 5000만원 노동자 위한 것 아니다"

입력 2017-12-28 11:14수정 2017-12-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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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더 받으려’ 최저임금 산입 축소 주장하는 건 잘못…올 환노위 활동 90점, 근로시간 단축안 합의 무산 아쉬워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노위원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홍 위원장은 “대기업과 공기업 중심의 노동운동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면 이는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며 노동계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국회 상임위원회 중에서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한 곳이 환경노동위원회다. 이런 상황을 잘 알기에 여야가 사안별로 공식·비공식적인 대화를 많이 하도록 하는 게 상임위원장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위원장은 28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환경노동위를 맡은 소감’에 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일이 많기로 소문난 국회 안에서도 환노위는 ‘험지 중의 험지’로 손꼽힌다. 이해관계자의 의견 차이를 좁히기 여간 쉽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원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홍 위원장은 인터뷰 상당 부분을 근로시간 단축법안과 관련해 노동계와 재계, 양측 모두의 입장을 설명하는 데 사용한 것도 ‘환노위원장’의 역할로 해석됐다.

◇ “올해 환노위는 90점… 근로시간 단축안 합의 무산 아쉬워”= 홍 위원장은 올해 환노위 활동에 대해 “사실 우리 환노위가 여야 간에 원만하게 운영하면서 성과를 많이 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나 화학물질 관련한 여러 법안도 중요 법안도 통과를 시켰다”고 총평했다. 그는 또 “국정감사에서는 산하기관의 도덕적 해이나 불투명한 운영에 대해서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많은 성과”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올해 환노위에 ‘90점’을 줬다. 100점 만점에서 부족한 10점은 여야 간 최종 합의에 실패한 ‘근로시간 단축법안’ 때문이었다. ‘주 52시간 근무 실시’ ‘휴일 근로수당 150%’ 등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 11월 여야 3당 간사합의까지 이뤄냈지만, 여당이자 자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과 정의당 측이 반발하면서 최종합의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 일부 이견과 관련해 홍 위원장은 “정부가 행정해석을 폐기해도 되지만, 정부 행정해석을 따라서 (기업이) 즉각적으로 ‘주 52시간 체제’가 됐을 때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엄청난 부담이 된다”며 “행정해석을 폐기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업들이 주 52시간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적응할 시간을 주자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여당 일부에서는 ‘행정해석을 폐기하거나 대법원이 곧 판결할 텐데 왜 입법을 하느냐’하는 이견이 있다. 하지만, 행정해석을 곧바로 시행해 기업에 부담되는 것은 우리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보완 입법을 통해서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게 (위원장의)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휴일근무수당 중복할증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홍 위원장은 “의원실에서 조사를 해봤더니 중복할증에 해당하는 사업장은 노동조합이 있는 (극소수) 대기업 몇 곳”이라며 “(중복할증률) 몇 %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이상을 일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래서 중복할증은 부차적이 문제지, 이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뜻에서 여야 3당 합의를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사견을 전제로 “휴일 중복할증 문제는 주 52시간 이상 근로금지 법안에 따르면 불법근로 규정”이라며 “어떻게 보면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려는 정책목표와는 대립하는 논리”라고 주장했다.

◇ “노동계도 경제사회의 한 주체… 책임의식 가져야”= 아울러 홍 위원장은 근로시간 단축 문제와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노동계에도 ‘양보’를 요청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고 나서 지나치게 친(親) 노동적인 정책을 펼친다는 비판을 들었다”며 “노동계가 요구했던 양대 지침을 폐기했고, 최저임금도 대폭 인상했다”고 말해 이번 정부의 기조변화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근로시간 단축문제나 최저임금 인상은 이제 노동계가 우리 경제 전체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가’하는 경제사회의 한 주체로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당면한 과제들을 (노동계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 관해서도 ‘부탁’과 함께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홍 위원장은 “지금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 월급 몇십만 원 올려주나’ 이런 기대를 하고 있다면 정말 잘못된 것”이라며 “정말 월급 140~50만 원 받는 분들의 소득을 어떻게 올려줄 것인가 하는 것이 (최저임금 인상의)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4000만 원, 5000만 원 받는 분들의 임금을 올려주려는 정책이 아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며 “노동계가 잘못 이해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반대하는 것은 공감 받을 수 없다. 합리적이 못하다”고 질타했다.

홍 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촛불 청구서’라 불리는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홍 위원장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헌법 3권에 보장된 노동권을 정부가 오히려 탄압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노동조합도 이제 경제사회의 주체로서 비정규직을 어떻게 정규직화할 건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대기업과 공기업 중심의 노동운동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면 이는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실현해 나가는 한 해가 될 것”= 홍 위원장은 내년도 환노위 목표에 대해 묻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가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일자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초안을 작성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 문제나 근로시간 단축법안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올해 우리 환노위가 했던 것처럼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홍 위원장은 지역구인 인천지역 내 민주당 소속 유일한 3선 의원이다. 같은 당 4선 송영길 의원은 이미 인천시장을 지냈던 터에, 홍 위원장에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이 돌 수밖에 없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3선 의원이다 보니, 지역에서 강력한 (출마)요구가 있다. 어느 정도 더 고민해보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숙고한 뒤 내년 1월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지역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막힘없는 대답을 이어갔다. 홍 위원장은 “인천은 인구 300만 명을 넘어섰고, 이제 정체성을 갖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진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며 “인천은 대단한 잠재력이 있지만 생활여건이 좋지 않은 도시의 이미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천은 산업의 중심지인데 산업공단들도 대단히 낡았는데 이를 현대화시키면서 신(新)산업, 4차 산업혁명 쪽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인천이 급격하게 도시가 성장하면서 (인프라가 낙후됐는데) 도시 인프라를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과제들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가진 사람이 시정을 맡아야 한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홍 위원장이 ‘험지’ 환노위에서 보여준 ‘운용의 묘’를 시정(市政)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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