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 폐업하거나 불법 사업장 될 판”

입력 2017-12-13 10:29수정 2017-12-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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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 앞두고 中企중앙회 회장, 法 보완 촉구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 여파까지 겹치면서 뿌리산업을 중심으로 한 영세 중소기업들이 인건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울며 겨자먹기로 자동화를 모색하거나 폐업까지 고려하는 영세 제조업체가 늘면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정책 취지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국가 경쟁력 저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업계는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할증률 50%를 유지해야 한다는 등의 근로시간 단축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 12일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연 후 곧이어 홍영표 환노위원장에게 중소기업계 의견을 전달한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중복할증이 적용된다면 중소기업은 연 8조 6000억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부담에 빠진다”면서 "지금이라도 국회가 전체 근로자의 10%에 불과한 대기업 노조의 이해보다 근로자의 90%가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봐 달라"고 강조했다.

실제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는 훨씬 심각하다. 경기도 의왕에서 압출·사출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M씨는 "생산직 숙련근로자 최저 연봉으로 4400만 원(각종 수당 포함)을 주고 있다.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현재 4조 3교대로 운영되는데 근로시간 단축 후 4교대로 바꾸면 임금이 37% 올라간다. 여기에다 내년도 최저임금 상승분인 16%를 더하면 총 53% 인건비 부담이 추가 발생하게 된다”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규모”라고 말했다.

수익 구조를 하도급에 의존하는 소규모 뿌리사업장일수록 근로시간 단축의 피해가 커진다. 원청 대기업의 납품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연장 근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기 안산에서 도금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S씨는“원청기업의 납품시기를 맞추려면 연장근로가 필수”라고 말했으며 부산 송정의 도금업체 K사 대표는 “우리는 대기업 납품을 안 해서 6~7% 영업익이 남지만 대기업 납품하는 업체들은 그마저도 안 남는다”고 지적했다. 인천 남동에서 도금업을 하는 대표 W는 “1차 벤더가 임금 인상분을 원가에 인정해주지 않고 다른 기업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종길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열처리업종의 경우 출혈경쟁 때문에 단가가 10년 전에 비해 더 떨어졌다"며 “지금 건실한 업체도 단가 때문에 곳곳에서 폐업 소식이 들려오는데 임금까지 올라가면 앞으로 얼마나 더 문을 닫겠나”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사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추가 고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자라도 만성 인력난이라는 또다른 문제에 부닥친다. 경남 김해에서 열처리 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Y씨는 “우리 사업장의 생산직 평균연령은 48세이고 이들 중 52%가 외국인”이라며 “임금 상승도 문제지만 근로자 확보가 어려워 진지하게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근로시간 단축시 중소기업 부족 인력이 4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건비를 매년 늘리느니 차라리 자동화가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사업주도 있다. M 대표는 “사람값이 제일 비싸니까 ‘협업 로봇’이 일본, 대만에서 싸게 나온다. 내년 1월 일본에서 로봇 전시회가 있어 가서 둘러볼 생각”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를 창출 정책이 아니다. 우리는 일자리 없애기에 투자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W 대표는 “인건비 상승은 임가공 업종에 치명적인데 자동화, 첨단화를 통해 고용을 줄이지 않으면 폐업하거나 불법사업장으로 범법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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