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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오토인사이드] ‘백 투더 퓨처’ 그 車… 포니와 형제였다
입력 2017-11-15 10:15
대한민국 자동차 야사 ② 포니와 드로리안

▲국내 첫 고유모델인 포니(사진 위)는 정세영 회장의 주도 아래 이탈디자인의 주지아로가 디자인했다. 당시 주지아로는 양산 포니 이전 '포니 쿠페(사진 아래)'를 선보여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1975년 12월, 국내 첫 고유 모델인 현대차 ‘포니’가 출시됐다. 당시 경쟁 모델은 기아산업의 브리샤. 영화 ‘택시운전사’에 배우 송광호와 함께 등장해 최근 관심을 모았던 차다. 기아산업은 일본 마쓰다에서 도면을 얻어와 브리샤를 조립했다. 조금씩 국산화율을 끌어올려 포니가 등장하던 무렵, 브리샤의 국산화율은 70%를 넘어서기도 했다. 뒤늦게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현대차는 부품의 국산화 대신 첫 고유 모델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고유 모델을 앞세워 첫 선을 보인 현대차 포니는 큰 인기를 끌었다. 기아산업의 못 생긴 브리샤보다 세련미가 넘쳤고, 해치백(엄밀히 따져 패스트백) 스타일의 감성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거리에는 포니가 넘쳐났고, 당시 기준으로 포니는 ‘성공과 부’를 상징했다.

◇현대차, 이탈디자인 주지아로를 만나다 = 고유 모델 포니의 개발은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당시 현대자동차 사장)이 주도했다. 포니 정으로 불렸던 그에 대한 많은 일화는 지금도 자동차 산업 곳곳에서 회자되고 있다.

초기 정세영 당시 현대차 사장은 고유 모델 개발을 위해 이탈리아로 날아갔고, 그곳에서 30대 후반의 젊은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를 만났다. 주지아로는 폴크스바겐 ‘골프’를 디자인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골프가 성공하자 주지아로 역시 자동차 업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주지아로는 우리나라에서는 포니 이후에도 대우차 라노스와 누비라, 레간자 등을 디자인했고, 쌍용차 렉스턴 역시 그의 작품이다.

그렇게 골프를 디자인했던 주지아로는 포니 디자인을 시작했다. 현대차에서 파견한 이춘구 대리(훗날 현대차 사장)는 부지런히 그들의 신차 설계 노하우를 배우기도 했다.

요즘 국제모터쇼를 보면 멋진 콘셉트카가 무대의 중앙을 차지하고는 한다. 40년 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주지아로가 이끄는 이탈디자인(회사명)은 현대차가 주문한 포니를 설계하기 이전에 포니 콘셉트카를 먼저 공개했다. 당시 콘셉트카 이름도 현대 ‘포니 쿠페 콘셉트’였다.

◇플렉시블 디자인… 첨단 이미지 가득 = 포니의 밑그림이 된 포니 쿠페는 트렁크 끝을 싹둑 잘라내듯 과감한 디자인이 일품이었다. C필러(차체와 지붕을 연결하는 기둥, 앞쪽부터 A, B, C필러로 부른다)를 뒤로 길게 늘린 점도 독특했다. 당시 기준으로 첨단 디자인이었다. 날렵한 모습은 지금 봐도 엄지손가락이 ‘척’ 올라갈 만큼 멋진 균형미를 자랑한다.

여기에 디자인을 조금만 바꾸면 후륜 구동, 전륜 구동, 미드십(엔진을 가운데 장착하는 구조, 고성능 슈퍼카에 많이 쓰인다) 구성도 가능한 플렉시블 디자인이었다.

디자이너 주지아로는 포니 콘셉트를 바탕으로 양산차 포니를 디자인했다. 이미 한국 시장에서는 새한자동차의 ‘제미니’와 기아산업의 ‘브리샤’가 도로를 달리고 있었던 때였다. 둥글둥글한 이들과 달리 직선이 뚜렷한 포니는 철철 넘치는 세련미를 앞세워 판매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포니 쿠페는 훗날 미국 DMC 드로리안으로 거듭났다. 현대차 포니와 영화 '백 투더 퓨처' 드로리안의 뿌리가 하나였다는 의미다.

◇현대차 포니… 백투더 퓨처의 ‘드로리안’으로 = 그렇게 포니는 1982년까지 7년여 동안 거리를 누볐다. 마침내 1982년 등장한 ‘포니2’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탈디자인의 주지아로는 이후에도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폴크스바겐 골프의 디자인은 그만큼 획기적이었다.

현대차 고유모델 포니가 등장했던 1975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작은 자동차 회사 하나가 출범했다. 회사의 주인은 엔지니어 출신의 ‘존 드로리안’이었다. 존 드로리안은 멋진 스포츠카를 염두에 두고 회사를 차렸고, 회사 이름을 고민하다 결국 자신의 이름을 회사명으로 지었다. 그렇게 등장한 자동차 회사가 바로 ‘드로리안 모터 컴퍼니’ 즉 DMC다.

이 회사 역시 주지아로에게 디자인을 맡겼다. 드로리안으로부터 소형 2도어 쿠페 디자인을 의뢰받았던 주지아로는 문득 포니 쿠페 콘셉트를 떠올렸다. 균형미 넘치는 콘셉트카의 디자인이 그의 머릿 속을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주지아로는 포니 콘셉트를 바탕으로 DMC의 새 스포츠카를 디자인하기로 마음 먹었다. 포니는 평범한 소형차지만 드로리안은 스포츠 쿠페를 원했다. 마무리를 새롭게 다듬어 스포츠카를 만들기 시작했다.

◇현대차 포니, 그리고 ‘백투더 퓨처’ = 결국 차별화에 나선 주지아로는 DMC 새 모델을 스포츠카답게 디자인했다. 바로 차 문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이른바 ‘걸윙-도어’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그렇게 등장한 차의 이름이 DMC의 ‘드로리안 12’였다. 포니의 뿌리였던 콘셉트카는 멋진 드로리안으로 거듭나며 고성능 DNA를 차체 곳곳에 심기도 했다.

주지아로는 현대차와 미국 DMC 모두에게 설계를 의뢰 받았고, 결국 하나의 콘셉트카를 중심으로 평범한 양산차(포니)와 고성능 미드십 스포츠카를 모두 디자인한 셈이다.

DMC가 포니 쿠페를 바탕으로 내놓은 드로리안은 1985년에는 마침내 할리우드로 진출한다. 배우 마이클 J. 폭스와 크리스토퍼 로이드가 주연한 할리우드 코믹 SF영화 ‘백투더퓨처’에 등장한 것. 과거와 현재, 미래를 종횡무진 오고가는 타임머신으로 드로리안이 나섰다. 현대차 포니와 DMC 드로리안의 시작점은 결국 종이 한 장 차이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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