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서 회생한 TPP…세계 무역 판세 바꿀까

입력 2017-11-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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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베트남 다낭에서 쩐 뚜언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좌)과 모테기 도기미쓰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우)이 TPP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AP/뉴시스

미국의 탈퇴 이후 무력화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제25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11일(현지시간) 미국을 제외한 11개 TPP 참가국이 ‘핵심 요소’에 합의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른바 TPP를 위한 포괄적·점진적 합의(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이다.

미국의 TPP 탈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 무역 바람에 휩쓸리던 세계 무역의 판세가 이를 계기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보호무역’ 트럼프 고립되나

닛케이아시안리뷰는 12일 APEC 지도자들이 다자주의를 받아들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자주의 무역을 주장해왔지만 이번 성명 발표를 통해 TPP 참가국들이 다자주의 무역을 지지하고 있음이 강력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TPP는 당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고자 주도한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의 태도는 ‘미국 우선주의’로 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TPP 탈퇴를 선언했다. 이번 APEC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의 무역 불균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TPP 11개국이 협력하면서 오히려 미국의 고립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역 전문가들이 이번 협상을 전 세계 보호주의 물결을 막기 위한 희망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한편 CPTPP 협상 대표들은 미국이 원할 경우 다시 협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밝혔다.

◇‘숨은 주역’ 베트남의 중국 견제

베트남은 CPTPP 합의의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베트남이 자국에 불리한 조건들을 수용하면서 CPTPP 합의는 속도를 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아시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TPP11(11개국에 의한 TPP)은 2030년 기준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을 최소 0.61% 향상시킨다. 이는 미국 탈퇴 전 TPP 체제 예상 경제 효과(1.51%)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11개 참여국 중에는 최대 효과를 얻는다.

베트남 입장에서 TPP는 경제 협정에 그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베트남으로서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TPP의 입지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응우엔 응옥 안 하노이대학 무역학 교수는 “TPP는 우리에게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지정학 및 사회 문제에 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탈퇴로 TPP와 RCEP를 통한 미·중 아시아 패권 다툼이 약해졌으나 베트남으로서는 TPP를 중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WSJ는 미국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TPP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탈퇴한 이후 규모가 줄어들었으나 TPP는 여전히 역내 인구 5억 명, 경제 창출 효과는 10조 달러로 전 세계의 13%를 차지한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도 협정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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